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 유학생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습니다. 자신은 허위 사실을 근거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며, 북한 법 체계의 허위성을 잘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추방된 호주인 유학생이 최근 한국의 한 잡지에 북한에서 경험한 일에 대한 글을 실었습니다.
평양 유학 중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 지난해 7월 풀려난 알렉 시글리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에서 발행되는 월간 `북한’ 잡지 1월 호부터 "호주 유학생의 북한 탐방기"를 연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피해 왔다면서, ‘나 자신의 말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AF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글리 씨는 `북한’ 잡지에 게재한 첫 연재 글에서 북한 당국에 억류됐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 과정을 밟던 시글리 씨는 지난해 6월 25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9일 만인 7월 4일 석방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시글리 씨가 유학생 신분을 이용해 간첩 행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는 평양에 체류하면서 북한전문 온라인 매체 등에 기고문을 실어왔습니다.
시글리 씨는 월간 `북한’ 1월 호에 실린 글에서 자신이 북한의 비밀경찰에 ‘납치’ 당하다시피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죄가 없었지만 북한 당국에 의해 허위로 기소를 당해 억지로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억류됐던 9일은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시간이었다며, 언제 풀려날 수 있을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북한 당국이 자신을 억류해 조사하는 동안 어떤 ‘교훈’이라도 가르치려는 듯 계속 ‘사죄문’을 쓰도록 강요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체포됐던 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면서, 북한 당국이 북한 법 체계의 허위성에 대해 확실히 가르쳐줬다고 말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평양 유학 중 자신은 외국인을 두려워하는 나라에서 완전한 ‘이방인’이었다며, 평양에서 현지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글리 씨는 북한 당국에 체포되기 전까지 북한의 교육 관련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통일 투어스’를 설립해 활동하면서 인터넷에 건물과 음식, 포스터 등 평양의 다양한 모습을 올렸었습니다.
중국 연구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시글리 씨는 중국 유학 중 기숙사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어에 능한 시글리 씨는 2018년 일본인 여성과 북한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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