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 차원의 북한 개별 관광 구상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동력 마련과 관계가 있지만,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한국이 추진 중인 북한 개별 관광은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방문, 한국 국민의 제3국을 통한 북한 지역 방문,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 3가지 형식이 될 전망입니다.
이는 한국 통일부가 20일 발표한 ‘개별 관광 참고자료’의 주요 골자입니다.
통일부는 특히 제3국을 통한 개별 관광에 대해 한국 국민이 제3국 여행사를 이용해 평양과 양덕, 원산-갈마, 삼지연 등 북측 지역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현재 중국과 유럽, 미국 등에 있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팔고 있는데 북한만 허락한다면 한국 국민들도 이 상품을 이용해 북측 지역 관광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최근 양덕에 온천지구를 개장했고 원산-갈마 지역에는 4월 개장을 목표로 해양관광지구가 건설 중입니다. 삼지연 지역에는 백두산이 있습니다.
통일부는 개별 관광에 따른 방북 비자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발급하는 입국보증서 또는 초청서류가 이에 해당한다며 한국 측 관광객의 신변안전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방북 승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변안전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 방북 교육 강화, 한국 측 안내원 동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남북 협력에 대한 이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은 결국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협상 재개를 위해 개별 관광이라는 최소한의 동력, 즉 인센티브가 북한에 필요하다는 인식이라는 겁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관광은 사실 출발점이고 이 관광을 통해서 남북 간에 소통이 되고 또 남북대화가 진행이 되면서 또 북-미 간에 대화가 진행이 되고 비핵화 협상이 다시 진행된다면 그 부분은 관광이라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나아가서 싱가포르 합의문, 북-미 정상 간 체결된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는 하나의 어떤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여져요.”
다만, 임 교수는 개별 관광에는 북한의 호응이라는 최대 한계점이 존재한다며, 결국 관광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원하는 외화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미-북 대화 교착 상황에서 어떻게든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 미-북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기조가 한국 정부를 개별 관광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개별 관광이 이뤄진다고 해도 미-북 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개별 관광이 남북관계 개선에 부분적으로 기여할 수 이겠지만 그게 북 핵 문제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만 가지고 남북관계 개선의 큰 기여를 하거나 또 북-미 관계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결국 다가오는 4.13 총선과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현실성이 없고 북한의 호응도 없는 상황에서 국내정치적 고려 때문에 북한 개별 관광 등에 집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의 불신이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개별 관광이 유엔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데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이라며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관광객을 모집하는 여행사의 제재 저촉 여부에 대해서도 관광객 모집은 단순 중개 행위로, 북측 단체나 개인과 별개 기관이고 또 북측과 수익 배분도 하지 않는 만큼 안보리가 금지하는 ‘합작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개별 관광이 제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세컨더리 보이콧’ 제3자 제재에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방북 비자가 발급된다는 전제 아래, 국민 개개인이 북한이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북측 관광을 신청하는 것 자체는 대북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촉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지할 방법도 없다는 겁니다.
다만, 개별 관광객이 증가하면 할수록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심상민 교수] “대부분 결의에서는 북한의 대량의 현금이 들어가서 미사일이나 핵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에 주의를 촉구한다는 표현이 들어있으니까 개인적으로 관광 신청하는 게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만약 몇 십만 명이 가게 된다면 결국 대북 제재 취지와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회색지대에 위치한 사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 자체로는 위반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위반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거죠.”
심 교수는 한국인의 개별 북한 관광의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에 적용되지 않지만 북한을 다녀온 사람의 경우 무비자 미국 방문이 어려워진다며, 북한 방문 자체가 미국 방문의 걸림돌이 될 여지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결국 관광사업이 어떻게든 성공해야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도 설 것이라며, 비핵화 진전을 위한 측면에서 미국의 전향적 사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 관광객이 가장 환영할 만한 외국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게 제재라는 상황 때문에 원하는 대로 잘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어떻든 관광사업이 성공해야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 위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고 운신의 폭을 넓혀줘서 비핵화 관련해서도 좀 더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되는 것이고”
한국 통일부는 개별 관광 추진을 놓고 북한과 어떤 식으로 협의하고 접근할지 등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