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서 탈북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온 미국인 부부가 탈북민 대학생들과 함께 미국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9살에 한국에 정착한 20대 탈북 여성 김주희(가명) 씨는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학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주희] ”이화여자대학에서 생물교육 전공 예정이에요. 원래 북한에 있을때 물리학 생물학 좋아해서, 한국 왔을 때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정했어요.”
김주희 씨가 교육자가 되고 싶어진 계기는 우연히 읽게 된 뉴스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김주희]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인터뷰 기사를 보게됐어요. 난민에 대한 기사였는데, 태권도 선생님이 난민기구에서 가르쳤는데,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그걸 보면서 뭔가 북한을 위해 뭔가 헤야 할텐데, 생각을 갖게 됐는데,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 남한 북한 함께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결정하게 됐어요.”
김주희 씨는 최근 들어 미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요, 역시 교육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녹취: 김주희] “여기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어요. 미국이란 나라가 엄청 크고, 많은 인물들이 나왔잖아요. 그들이 받았던 교육이 뭔지 너무 궁금해요. 과연 어떻게 가르치길래 이런 아이디어가 나올까. 그런 미국에 대한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한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조광은 씨에게도 이번 미국 여행이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탈북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조 씨는 10년 전 가족이 한국 정착을 시작하며 가족의 심리적인 변화들을 지켜봤고, 이를 계기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영어를 처음 배운 조 씨는 어릴 때부터 미국에 가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고, 심리학 공부를 계기로 그 소망이 더 커졌습니다.
[녹취: 조광은] “(심리학은) 미국이 더 발전됐죠. 영문 원어 자료가 다 미국에 있으니까, 유명한 교수님들이 미국에 있잖아요. 이제 1학년 마치고 2학년 들어가는 중인데, 앞으로도 미국에 유학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깊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미국으로 오려고 하지 않을까.”
멀게만 느껴졌던 미국이란 나라가 조금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대안학교에서 만난 미국인 갈로 목사 부부 때문이었습니다.
조 씨는 수 년 간 갈로 목사 부부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미국의 시장과 경제, 사람과 문화, 음식과 교육 등 생생한 미국에 대해 들었고, 이번 미국 여행을 통해 그동안 배운 것들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조광은] “정확하게 이야기해 줬어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온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그런 나라..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람들.. 여기 와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같은 학교 1학년 최수옥 학생은 미국 음식이 크기가 크고 양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다고 말합니다.
[녹취: 최수옥] “미국은 큰 나라 잖아요. 특별히 엄청난 미국의 빅 사이즈.. 음식에 대해 관심이 갔어요. 나오는 음식들이 다 크다고 하잖아요. 피자도 크고, 그런게 궁금했었어요.”
세 명의 탈북민 대학생들은 미국인 선생님에게 배워왔던 만큼, 첫 방문이지만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좀 달랐습니다. 김주희 씨입니다.
[녹취: 김주희] “워싱턴 디씨. 백악관 어디학교에서 왔는지 물었거든요. 우리가 낯선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된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는 거에요. ‘오 마이 갓’.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누구든 상관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조광은 씨도 갈로 목사의 가족과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우 가족적이고 서로 환대하며 무례하지 않으면서 친구 사이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는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면부지였던 낯선 미국 땅에서 온 미국인을 따라 미국까지 오게 된 탈북민 청년들.
최수옥 학생은 4년 전 미국인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립니다.
[녹취: 최수옥]”처음에는 피해 다녔어요 말 걸까봐. 영어수업이 잡히고 이러다 보니.. 친절하게 영어를 못하는 저를 위해. 벨에 맞게 가르쳐주셔서. 외국인은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 말이 안되면 몸으로 가도...지금은 편하고, 외국인들 보면 도망가지 않아요.”
올해로 6년째 한국에 거주하며 탈북민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루 갈로 목사와 리사 갈로 사모.
두 사람은 2014년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 수전 숄티 의장의 소개로 한국 부산에 있는 탈북민 대안학교 장대현학교를 방문했고, 이듬해인 2015년부터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정규수업 외에 가상으로 시장을 차려놓고 달러화로 미국의 시장경제를 가르치고 성탄절, 추수감사절, 할로윈 등 미국 공휴일과 전통음식,영화 등을 두 사람이 고안한 수업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학생들의 심신 회복을 돕는 일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1년 계획으로 미국을 떠난 길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갈로 목사 부부는 매년 미국을 방문해 탈북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등을 미국사회에 알려 왔습니다.
갈로 목사 부부는 2017년 탈북 학생을 위한 미국 여행을 실행에 옮겼는데요, 첫 여행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함께 였지만 올해는 대학생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2월 6일까지 2주 동안 워싱턴 디씨, 뉴욕 관광, 대북인권단체 방문, 중고등학교 방문, 현지인들과 만남 등의 일정인데, 리사 사모는 이번 여행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사 갈로] “You are now free citizen, and you have the opportunity to make up your own mind. America is an imperfect place…”
학생들이 자유가 주는 혜택이 어떤지 경험하기를 바랬고, 미국이 완벽한 곳은 아니지만 자유시민으로서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기를 원했다는 설명입니다.
갈로 목사는 미국 곳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며, 미국 공항에서 만난 이민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루 갈로] “How long have you been here? He said, I've been here three years. Right? It's not that long. And here it is. It was a government job..”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이민자 남성이 공항 사전심사 프로그램인 TSA에서 근무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며, 이민 3년 만에 미 교통안전국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갈로 목사는 기회가 주어질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는 각자의 노력에 달렸다는 것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노숙자는 더 늘었고 인종과 성차별 등 사회적 불평등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민, 총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라는 겁니다.
이런 정보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데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루 갈로] “in order to make up your own opinions, you need information to do that. And so we're bringing them to America to so they can get..”
갈로 목사 부부는 2014년 ‘NK Missions’라는 단체를 설립해 북한인권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현재 풀타임 영어교사로 일했던 장대현학교 수업은 주 1회로 줄이고 현재 부산 하나센터에서 탈북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갈로 목사는 자신의 사명은 “북한에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3만 2천 명의 한국 내 탈북민들의 정착 과정을 돕는 것”이라며, “그 중 하나가 자유로운 언어로 탈북 학생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갈로 목사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은 한반도 평화 문제와 연결되며, 한반도 평화는 세계 평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