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미국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미국! 미국문화 속으로’ 입니다. 2020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미국에서는 세계가 주목하는 대중문화예술·스포츠 분야의 축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대중음악계의 최고 권위상 ‘그래미 시상식’에 이어서 지난주에는 프로미식축구 챔피언을 결정한 ‘NFL 슈퍼볼’ 경기가 열렸고, 한반도 시각으로 2월 10일 오전에는 세계 영화의 메카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에서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세계의 시선이 모입니다. ‘미국! 미국문화 속으로’, 오늘은 ‘아카데미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국 최고 영화상, 아카데미상”
세계 3대 영화제라고 하면 프랑스의 ‘칸 영화제’, 이탈리아의 ‘베니스 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꼽습니다.
1930년~50년대 초에 시작된 이 영화제들은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우수 영화를 후보로 올려 그 작품성과 창의성, 예술성, 가치와 철학 그리고 시대를 조명하는 작품인지를 평가하고요. 감독과 배우, 각 분야의 스태프들에게 해마다 최고의 상을 시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세계 영화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제. 미국에서 제작되거나 일정 기간 이상 상영된 영화만을 대상으로 시상하지만, 그 권위와 명성이 낮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 축제가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시의 할리우드.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이고, 거기서 인정받은 영화와 배우들은 세계 정상을 의미합니다. 대중적 영향과 예술성 독창성 지향하는 아카데미상의 후보에 오르고 수상한다는 것은
세계 최고라는 명성과 권위를 거머쥠과 동시에 세계 각국 극장가로 수출, 배급되는 엄청난 효과가 보장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아카데미상의 역사”
미국의 ‘아카데미상’은 1927년, 당시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종사자들로 구성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창설되면서 시작됐습니다. 흑백에 무성영화가 주를 이뤘던 시절, 세계사에 큰 획을 긋고 있었던 미국의 영화산업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루고 평가를 받은 감독과 배우, 제작진들에게 ‘아카데미상’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첫 번째 시상식은 1929년에 열렸습니다. 작품과 감독, 배우상 등 12개 부문의 수상자가 선정됐고, 할리우드 루스벨트호텔에서 수상자를 위한 작은 연회를 열었습니다.
1934년부터는 시상식이 해마다 열렸습니다. 1941년부터는 수상자를 시상식 현장에서 발표해 축제의 긴장감을 더했고요.
1953년부터 시상식이 TV로 방송됐습니다.
아카데미상의 수상자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이뤄집니다. 먼저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심사대상을 특정하고, 가장 많이 표를 얻는 작품과 후보를 가려내는 방식입니다.
2019년 기준, 전체 회원은 9천500여 명이지만 투표권은 8천400여 명에게 있고요. 5개로 축약된 각 부문별 후보 가운데, 최고의 작품과 감독, 남녀 주연과 조연, 각본, 편집, 음악 그리고 외국어영화 부문과 장·단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총 24개의 경쟁 부문, 그리고 공로상 등의 수상자를 가려내고, 시상식 날 현장에서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주인공을 발표하는데,
특히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 주연 배우상, 각본상을 ‘빅파이브(Big Five)’ 5대 주요상으로 꼽는데, 특정 한 작품이 그 모든 상을 휩쓸어 화제가 된 해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화제의 수상작과 배우들”
미국의 남북전쟁 배경으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역정을 그려낸 대작 중의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시죠? ‘카사블랑카’, ‘레인맨’, ‘왕의 연설’ 등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고,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 ‘양들의 침묵’의 앤서니 홉킨스, ‘대부’의 말론 브랜도,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로버트 드 니로’도 바로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배우입니다.
영화제의 역사가 90년을 넘어서니, 화제의 기록도 많습니다. 누가 가장 많이 상을 받았는지,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무엇인지 등이 늘 회자하는데요.
무려 11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은 1959년에 제작된 ‘벤허’, 뱃머리 난간에 올라선 남녀 배우가 두 팔 크게 벌리고 자유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1997년의 화제작 ‘타이태닉’, 그리고 판타지 영화의 대명사 2003년에 세계를 휩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고요.
한 번도 받기 어려운 감독상을 4번이나 받은 이는 서부영화의 대표 감독 존 포드, 배우 중에서는 캐서린 헵번이 4번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고요. 메릴 스트립과 잭 니콜슨, 다니엘 데이 루이스 등이 3번의 아카데미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22번이나 아카데미 상을 받은 이가 있습니다. 미키마우스부터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곰돌이 푸를 세계인들의 동심에 담아 준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의 상징적 인물, 월트 디즈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카데미상의 전설로 남아있을 듯합니다.
“아카데미상의 또다른 이름 오스카”
아카데미상은 ‘오스카상’이라고도 부릅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황금빛의 트로피에 ‘오스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필름 통 위에 서 있는 남성이 중세 기사처럼 칼을 앞에 세우고 있는 황금 도금의 나상 모형입니다. 34cm 길이에 4kg 정도의 트로피인데요. 이 트로피를 오스카라고 부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 모습이 “남편 오스카를 닮았다”, “오스카 삼촌을 닮았다”라고 했던 아카데미 관계자의 표현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요.
영화인들이라면 누구나 그 오스카상을 손에 쥐고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꿈의 트로피이기도 합니다.
“2020 아카데미상 후보들”
자, 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는 2020 아카데미시상식, 올해 최고의 작품상은 어느 영화가 받을까요 ?
세계의 명차 포드와 페라리의 이야기를 담은 ‘포드 & 페라리’, 미국의 현대사를 다룬 갱(범죄 조직) 드라마 ‘아이리시맨’, 가족영화 ‘결혼이야기’, 1960년대를 배경으로 잊혀져가는 액션 스타와 매니저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 1차 세계 대전 중 불가능한 임무를 받게 된 두 영국군의 이야기 ‘1917’이 있습니다.
또 코미디언을 꿈꾸는 주인공이 악당이 되어 가는 불평등과 빈부 격차의 사회에 경종을 울린 ‘조커’, 2차 세계 대전 말기 엄마와 단 둘이 사는 10살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조조 래빗’, 미국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자매의 성장 이야기 ‘작은 아씨들’, 그리고 ‘패러사이트(Parasite)’라는 영문명으로 후보에 오른 한국 영화 ‘기생충’ 등 9개 작품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상과 한국 영화”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한국 사람들에게 더욱 특별합니다. 1990년대까지도 주말의 영화, 토요 명화 등의 TV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국의 영화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어느 영화제에 출품했다더라, 상을 받았다더라, 이런 소식에 환호했던 한국인데요. 올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무려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Parasite(기생충)’은 부잣집과 가난한 집.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공생의 물음을 던진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칸 영화제의 대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상’, 미국배우조합(SGA)상과 '미국 작가조합상에 이어, 최근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아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과연 어떤 상을 받을지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