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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 ‘성 패트릭의 날’


[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 ‘성 패트릭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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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미국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입니다. 3월은 봄이 시작되는 달이죠. 아직은 밤과 새벽으로 찬 기운에 몸을 움츠리게 되지만, 분명 매섭던 찬바람의 기세도 누그러지고, 햇살에 옷이 가벼워지는 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딱 요맘때, 미국 사람들은 온몸을 초록으로 장식을 하고 거리로 나서는 축제를 준비하는데요. 어떤 날일까요? ‘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 오늘은 3월 17일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이야기입니다.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 퍼레이드.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 퍼레이드.

해마다 3월 17일 ‘St. Patrick’s Day’를 앞두고 뉴욕과 시카고, 보스턴과 덴버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기독교의 수호성인 패트릭을 기리는 다양한 축제를 엽니다.

그중에서도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진행되는 거리 행진, 퍼레이드는 250년을 이어온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뉴욕 맨해튼 중심 5번가의 44번 길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센트럴파크 중간 지점인 79번 길까지 3km 거리에 1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6시간 동안 이어지는 화려하고 다양한 퍼레이드로 무려 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의 환호 속에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아일랜드-영국 느낌이 물씬 나는 백파이프 소리가 들리죠? 킬트(Kilt)라고 하는 무릎길이의 주름치마에 검은 베레모, 앞 중앙에 주머니 장식을 한 아일랜드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지나갑니다. 경찰관, 소방관, 군인 악대가 분위기를 돋우고, 녹색 옷에 녹색 리본, 목도리에 모자, 무엇이든 녹색으로 꾸민 시민들도 자유롭게 참가해 함께 하는 축제를 만들고 털을 초록색으로 염색한 강아지, 보기 드문 망아지(포니), 초대형 풍선 인형 등이 이색 볼거리로 등장하고요.

도심의 강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시카고, 모든 분수대를 녹색으로 장식하고, 녹색 물을 흐르게 하고 한 달여 간의 축제를 연다는 남부 조지아주의 사바나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도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국경일, St. Patrick’s Day.

그런데,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이 축제 ‘St. Patrick’s Day’는 사실 아일랜드의 명절입니다. 아일랜드의 국경일이고, 세계 기독교계가 크게 여기는 축제일인데요.

수백 년 전, 영국과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수호성인 패트릭이 이날의 주인공으로, 아일랜드 역사 문화의 기반이 된 큰 인물입니다.

성 패트릭. 성인 패트릭은 지금으로부터 1천600여 년 전(386~461년) 사람입니다. 로마계 영국인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16살 때 해적에 납치돼 아일랜드에서 양을 치며 노예살이를 했었다가 영국으로 탈출했고, 이후 사제가 되기 위해 교회에서 수행을 했답니다. 고대 로마 군대를 벌벌 떨게 했다는 용맹 무사 켈트(Celts)족이지만, 문명화된 로마인들은 켈트 다신교를 믿고 있었던 아일랜드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여겼고, 그들을 문명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때 로마가 최적의 선교사로 지목한 사람이 성 패트릭입니다. 다시 주교 신분으로 아일랜드를 가게 된 패트릭은 다른 선교사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노예였던 기간 켈트족의 말도 배웠고, 노래와 시를 사랑하는 그들의 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일방적인 설득이 아닌 켈트족의 눈높이에 맞는 선교를 택했고,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받은 켈트족은 자연스럽게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이후로도 성 패트릭의 영향이 아일랜드의 역사와 전통으로 새겨질 수 있었습니다.

“St. Patrick’s day와 미국 역사’

아일랜드의 명절인데, 왜 미국 사람들이 이렇게 즐기는 거냐고요? 왜냐하면, 미국에는 640만 아일랜드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3천3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탄생하기도 전인 1600년대부터 대기근을 피하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수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했고, 미국을 건설하고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8명의 아일랜드계 지도자가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이름을 올렸고, 앤드루 잭슨과 바락 오바마 대통령 등 22명의 역대 대통령이 아일랜드계이거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은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큰 자부심입니다.

그래서 ‘성 패트릭의 날’은 특정 종교나 민족적인 행사를 넘어 아일랜드 사람들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축하하는 세계 여러 나라가 기념하는 축제로 자리하고 있고, 특히 뉴욕의 시가행진(퍼레이드)은 미국이 태어나기 전, 본국 아일랜드가 국경으로 지정한 1930년에도 앞선, 1762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미국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St. Patrick’s day의 상징, 녹색 그리고 토끼풀 ‘Shamrock’

그런데, ‘성 패트릭의 날’을 축하하려면 꼭 필요하고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녹색의 ‘토끼풀’입니다.

토끼풀과 녹색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국기에도, 민요에도 녹아있는데요.

창조주 하나님이 성부(God the Father)와 성자(Holy Man), 성령(Holy Spirit)의 세 가지 위격으로 존재한다는 삼위일체의 기독교 정신을 세 잎사귀의 토끼풀로 설명했다는 일화가 전해져오고 있는데, 그의 이름을 붙인 성당과 교회가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고요.

‘성 패트릭의 날’을 기념하는 세계 곳곳의 행사와 각종 장식품, 행사에 ‘샴록(Shamrock)’이라고 부르는 토끼풀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녹색으로 장식해 즐기고, 녹색을 걸치지 않았다면 살짝 꼬집어 주기도 하는 재밌는 장난이 통용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일랜드 문화, 녹색 음식”

축제엔 음악과 먹을 것이 빠질 수 없습니다. 아일랜드식 식당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 현장엔 늘 아일랜드식 문화를 보여주고, 즐기게 하는 음악이 흥겹습니다.

아일랜드의 백파이프와 피리 소리, 아코디언 연주와 발바닥으로 박자를 타는 아일랜드식 춤도 필수인데요. 아일랜드식 식당인 펍(pub)에서 소금에 절인 쇠고기와 함께 양배추와 채소를 곁들인 전통식을 기본으로 아일랜드의 대표 상품인 맥주회사 ‘기네스’의 녹색 맥주를 마시고, 녹색 케이크에 녹색 베이글. 녹색 과자에 녹색의 밀크쉐이크와 녹색 포장의 초콜릿 등 3월 17일, 성 패트릭의 날은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아일랜드 문화에 푹 빠져보는 그런 날입니다.

“2020년, 올해의 St. Patrick’s Day”

그런데, 2020년 올해 ‘성 패트릭의 날’의 기대와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아 보입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대중이 모이는 축제가 어려워진 도시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본국 아일랜드의 더블린, 벨파스트 퍼레이드 등 행사들이 취소됐고, 스페인 마드리드와 미국 보스턴의 행사도 취소됐는데요.

뉴욕도 행사를 연기했습니다. 또 다른 도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영향과 보건 당국의 결정을 주시하면서 하루하루 축제 개최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아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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