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대 230만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특히 북한의 불법 정제유 공급에 투입된 최대 규모의 유조선과 환적에 사용된 모선이 모두 중국계 석유 무역 기업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택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미국의 민간연구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와 영국의 민간단체 합동군사연구소가 22일 합동 보고서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유조선의 활동을 인공위성 사진을 추적 분석해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으로 유입된 정제유 양을 추산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으로 정제유를 운반한 선박들의 활동 가운데 고해상도 위성사진으로 선명하게 식별 가능한 건수만 50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모두 유엔 안보리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들로 해당 선박에 정제유가 50, 75, 90%가 차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통해 각각 61만 4천 배럴, 92만 1천 배럴, 110만 5천 배럴에 달하는 정제유가 북한에 유입됐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유엔 안보리에 보고된 공급량과 중저 해상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정제유 운송량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량은 최대 233만 2천 배럴로, 유엔 안보리가 제한한 연간 수입 한도량인 50만 배럴의 4배가 넘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이 같은 불법 정제유 수입에 외국 선박들이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해상도 위성사진에 포함된 50건의 사례 중 단 9건 만이 외국 선박에 의한 정제유 운송이었지만, 이를 통해 전체 정제유 수입량의 3분의 1 가량이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외국 선박이 운반할 수 있는 정제유 평균량이 북한 선박의 2배가 넘는다며, 적은 횟수의 운항으로 더 많은 정제유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만큼 외국 선박이 북한의 제재 회피에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정제유 공급에 투입된 가장 큰 규모의 외국 유조선으로 ‘다이아몬드 8호’를 지목했습니다.

다이아몬드 8호가 대북 정제유 수출 활동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20년 3월 안보리 전문가 패널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 권고됐는데도, 지난해 2월과 5월 6월 잇따라 북한 남포항에 정제유를 운반한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 기간 타이완 인근 해역에서 다이아몬드 8호에 정제유를 환적한 모선은 에버 그렌듀어호와 수퍼스타호로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선박과 환적에 투입된 모선 모두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중국계 석유무역 기업 윈선 그룹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윈선 그룹 설립자가 담배와 연료 밀수를 비롯해 북한의 불법 상업 활동 등에도 연루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다이아몬드 8호의 사례는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국제 제재의 구멍을 북한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진화하는 북한의 제재 회피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 더 포괄적인 제재 이행 적용과 공공, 민간 부문을 망라한 사전 예방적 관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