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2020년 ‘퓰리처상(Pulitzer Prizes)’ 비평 부문 ‘파이널리스트(finalistㆍ결선자)’에 선정된 소라야 맥도널드 예술문화 전문기자와 함께합니다. 맥도널드 기자는 여성이자 흑인으로서, 문화계 전반에서 다양한 보도와 비평 활동을 해왔는데요. 흑인 여성이 퓰리처 부문별 2위에 해당하는 파이널리스트가 된 것은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먼저 축하 인사를 하면서, 맥도널드 기자와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퓰리처 파이널리스트 선정 축하드립니다. 퓰리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건 언론계 최고 영예로 꼽히죠?
맥도널드) 감사합니다. 요즘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전화기에서 불이 날 지경이에요. 여성 언론인 단체와 흑인 단체 등이 주관한 간담회를 비롯해,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한 달 이상 계속됐습니다.
기자)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맥도널드) 제 이름은 소라야 맥도널드입니다. 흑인 매체 ‘언디피티드(The Undefeated)’에 고정 필진으로 참가하고 있고요.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기고하고, 스포츠 전문방송 ESPN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기자) 퓰리처 이사회가 맥도널드 기자의 어떤 보도를 평가했나요?
맥도널드) 작년 한 해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작품들의 배우와 감독, 그리고 관객 등 구성원들을 분석한 기사들입니다. 그중에 몇 개를 퓰리처 위원회가 높이 평가해줬습니다.
기자) 브로드웨이는 유명한 극장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브로드웨이 작품 구성원들의 어떤 면을 분석하신 겁니까?
맥도널드) 흑인과 이민자를 포함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뉴욕 예술가에 모인데 주목했어요. 배우나 감독, 제작자들이 각각 출신 배경이 다르잖아요. 아울러, 배역에서도 갖가지 정체성이 표현되고 있고요. 다시 말하자면, 브로드웨이가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장소가 된 이야기를 풀어본 겁니다. 저는 여성 문제나 인종 문제같이, 사람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둘러싼 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자) 인종 문제를 보도의 중심 주제로 삼으신 거군요?
맥도널드) 네. 제가 쓴 기사의 많은 분량이 연극과 음악극 무대에 오르는 ‘인종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종은 한 명의 인간을 규정하는 정체성 가운데 가장 큰 요소이자, 그 사람의 삶의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니까요. 특히 미국 사회에서는 인종 문제가 중요합니다. 인종들 사이의 역학 관계도 역사를 통틀어 줄곧 현안이었으니까요.
기자) 무대에서 표현되는 인종 간의 ‘갈등’,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맥도널드) 아뇨. 인종 간에 서로 연결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다양한 인종과 정체성이 ‘미국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모이는 과정이요. 이렇게 더 큰 테두리에서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에요. 찬양할 일이고요.
기자) 그래서 직업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와 국제대회에 동행하면서, 심층 취재하기도 하셨죠. 오사카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 맥도널드 기자가 취재한 일대기가 세계 언론에 조명됐습니다. 오사카 선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뭡니까?
맥도널드) 아, 오사카 선수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취재 대상이었어요. 오사카 선수의 어머니는 일본인, 아버지는 아이티계 미국인인데요. 어릴 때 미국에 건너와 일본어를 거의 못 하면서도, 어머니의 뿌리를 따라 일본 대표로 세계대회에 나선 과정에 매료됐습니다. 정체성 혼란을 느끼던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훌륭히 개척해 나가는 한 여성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기자) 그렇게 연극 무대와 테니스장에 걸쳐, 맥도널드 기자가 향한 취재 영역마다, 깊이 있는 보도로 주목받았습니다. 언론인 생활 얼마 만에 퓰리처의 영예를 안게 되신 겁니까?
맥도널드)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2006년에 처음 언론계에 몸담았으니까, 올해로 14년째입니다. 저는 워싱턴 D.C.에 있는 하워드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기자) 하워드대학교는 수많은 흑인지도자를 길러낸 곳이잖아요.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언론계에 자리 잡고 인정받는 과정이 순탄했나요?
맥도널드)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요.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저보다 경력이 뛰어난 사람 중에서, 제게 가르침을 주고 북돋아 주고 이끌어 줄 사람, 제 입장을 대변해 줄 사람을 주변에 두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기자) 워싱턴포스트나 ESPN은 큰 회사인데, 가르침과 도움을 줄 사람을 주변에 두기가 쉽나요?
맥도널드) 큰 조직에 몸담다 보면 길을 잃기에 십상입니다. 그래서 저를 홍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어요. 그래야 뛰어난 기자들이 주변에 모입니다. 자신을 홍보하는 방법은 진실을 찾는 기자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는 거예요. 좋은 기사로 성과를 내는 겁니다.
기자) 주변에서 가르침과 도움을 준 사람 중에서 한 명만 꼽으라면, 누구한테 제일 감사합니까?
맥도널드) 케빈 메리다(Kevin Merida)를 꼽겠습니다. 제가 워싱턴포스트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담당 부장이셨는데요. 지금 ‘언디피티드’의 편집국장을 맡고 계신 분입니다. 아시다시피, 흑인 언론인 역사에 전설적인 인물이시고요. 1999년 퓰리처 파이널리스트이시기도 합니다. ‘흑인으로 존재하기(Being A Black Man)’라는 시리즈 기사를 워싱턴포스트에 실어서 큰 반향을 일으키셨습니다. 책으로도 나왔고요.
기자) 처음부터 공연이나 문화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려고 생각하신 건가요?
맥도널드) 처음엔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풋볼(미식축구)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ESPN과 인연이 닿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마 2012년이었나, 워싱턴포스트에서 우연찮게 스타일 섹션을 맡아서 공연예술 기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독자 반응이 좋더라고요. ‘아, 이게 내가 갈 길이구나’ 생각하고 그때부터 한 우물을 팠습니다.
기자) 조금 전에 ‘진실을 찾는 게 기자 본연의 임무’라고 하셨는데, 그 진실을 알리는 미국의 언론 자유도,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시나요?
맥도널드) 10점 만점에 8점에서 9점은 줄 수 있습니다. 만점을 줄 수 없는 이유는 정치권을 비롯한 공공 영역에서 언론을 적대시하는 풍조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부 정치인이 특정 매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많은 신문과 방송, 잡지, 그리고 온라인 매체들이 언론 자유를 지켜나가고 있는 게, 미국 사회의 강점이라고 봅니다.
기자) 많은 매체가 미국에서 언론 자유를 지켜나가고 있는 증거는 뭔가요?
맥도널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권력자들에게, 기자들이 여전히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게 언론 자유의 증거입니다. 한쪽에서 적대적 풍조가 번지는 건 별도의 문제예요. 아예 질문조차 할 수 없다면 자유가 없는 겁니다.
기자) 그럼, 미국의 언론 보도나 기자들을 대우하는 문제에서, 양성평등이나 인종적 다양성이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맥도널드) 아, 어려운 문제네요.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미국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는 성과 인종, 출신 배경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올바른 토대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맥도널드) 요즘 같은 때, 언론 자유는 극도로 중요한 가치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정보 공개 여부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으니까요.
기자) 언론 자유가 그곳 주민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요?
맥도널드)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언론인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합니다. 언론 매체에 자유를 부여하는 수준은 그 나라 정부의 역량과 사회적 성숙도에 달려있어요. 세계적 보건 위기를 맞은 지금, 정부를 두려움 없이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유가 역사상 어느 시점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밝혀주시죠.
맥도널드) 책을 몇 권 쓰려고 준비 중이에요. 물론 공연 예술 분야에 관한 내용이 될 거고요. 그동안 제가 썼던 기사들을 묶어서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담아서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읽히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