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전 세계 미군 배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인도태평양 육군의 향후 설계에 관한 정책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직접 발주한 이 보고서는 주한미군 배치 문제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연구원(SSI)이 지난 17일 `육군의 변신: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미 육군 전역 설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2년 전 육군장관 재직 당시 발주한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에 초점을 둔 전 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가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미 육군대학원, 인도태평양 육군 설계 보고서 공개
에스퍼 장관이 직접 발주…“NDS 목표 최적화 방안 모색”
보고서는 국방전략(NDS) 목표에 명시한 인도태평양사령부 책임구역 요구사안을 2028년과 그 이후로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단 하나의 논제에서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태평양 전역은 중국과의 초경쟁(hyper-competition)을 펼치는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전역이라며, 중국은 유사시 미군을 패퇴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군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현재 미 합동군의 역내 전진배치 태세와 역량은 일본과 한국에 집중돼 있다며, 한국전과 냉전의 유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때 제2의 한국전쟁 발발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이 같은 배치 셈법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전략적으로는 무책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과의 초경쟁 전략 또는 무력충돌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선 반드시 유용하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전 염두에 둔 동북아 배치셈법, 전략적으로 무책임”
“중국, 최우선적 역내 위협…러시아, 북한 초점 전략 위험”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대부분의 전진배치 미군 전력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A2/AD) 우산 아래 있다며, 재래식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역량, 잠수함 전력, 유인-무인 공중체계의 표적 내에 있음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역내 배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역내 장소와 연결된 심층성과 선제공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재생성, 특정 시간과 장소에 가장 적절히 전력을 투입할 수 있는 기민성, 한 곳의 전력이 완벽히 소멸하더라도 보충할 수 있는 잉여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적극적인 군사력 경쟁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지만, 현 추세를 감안할 때 중국이 2028년에도 미국의 가장 필연적 도전자로 남아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 전역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은 계속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체계의 실전배치를 지속하겠지만 재래식 전력은 오히려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방위 셈법의 시급성과 중요성은 향후 10년 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두 나라에 대한 대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대중 전략 전환에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위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주한미군의 대규모 지상전 기동전력 수요하락”
“한국군, 재래식 지상전에 보다 큰 책임 이양 받을 것”
보고서는 특히 2028년에도 한반도 방위를 위한 미국의 정치적 노력과 미-한 상호방위 조약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향후 한국군이 한반도 내 재래식 지상방어에 보다 큰 책임을 이양 받는 것을 핵심 전제로 내세웠습니다.
또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인수와 군 현대화 추세를 고려할 때 유사시 대규모 지상전에 대비한 주한미군에 대한 요구는 향후 10년 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한미군 지상병력 수는 한국군을 증원하고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유지될 것이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한반도 실전 상황에 필요한 미군의 지상 기동전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대규모 연합전력의 기동성에 바탕을 둔 미 육군의 준비태세 기준의 초점은 향후 10년 간 미-한 연합군을 지원하기 위한 특정 임무에 기초한 성격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군의 지상기동 전력보다는 방어, 지속성, 정보, 지휘통제가 한반도 실전 상황에 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중 전략 최우선 협력국은 호주, 일본, 타이완”
“주일미군 확대 당장 필요…한국, 잠재성 높지만 제약 커”
보고서는 중국에 초점을 둔 전략 변화를 수행하기 위해 유지해야 할 핵심 협력국으로 호주, 일본, 필리핀. 한국, 싱가포르, 타이완을 꼽았습니다.
다만, 대중국 전략에 대해 공동의 위협인식을 공유하면서 당장 전략의 통합이 가능한 나라는 호주, 일본, 타이완 3개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북한과 연계해서는 강한 잠재성을 보유한 전환적인 동맹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지만, 중국과의 초경쟁이라는 관점에서는 변화가 제한적이고 단기적 적용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보고서 주저자 “주한미군 감축, 철수 제언한 것 아냐”
“미국 자원 무한하지 않아…대중 초점 전략에 기반해야”
보고서를 작성한 네이선 프레이어 미 육군대학원 교수는 27일 VOA에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거나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를 제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네이선 프레이어 교수] “We 're certainly not advocating leaving South Korea. We're definitely not advocating ignoring North Korea. But what we are suggesting is that if you have to make strategic choices between in the region if you have to err on the side of caution if you have to make risk choices that hit optimization for the PRC versus optimization for the DPRK, then you should probably err on the side of the PRC”
미국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고, 북한과 중국의 위험 사이에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에 초점을 둔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설명입니다.
프레이어 교수는 또 이번 보고서는 미 국방부나 육군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