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6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통합된 미국’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취임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대폭 축소됐습니다. 또 극렬 시위에 대한 우려로 수도 워싱턴DC가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열립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수도 워싱턴D.C에 대한 경계가 대폭 강화됐습니다.
백악관과 취임식이 열리는 연방의회 의사당 주변은 철조망과 콘크리트 장벽 등으로 완전 차단된 가운데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한 주 방위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의사당 앞 내셔널 몰과 주변 도로, 워싱턴 시내 주요 지하철 역들이 폐쇄됐고 버지니아주에서 워싱턴 D.C.로 진입하는 다리도 모두 막혔습니다.
주 방위군 병력이 워싱턴 D.C 곳곳에 배치된 가운데 취임식 당일엔 그 규모가 2만 5천 명으로 늘어날 계획입니다.
이밖에 미국 내 50개 주에서 무장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에 따라 주 방위군 투입을 늘리거나 의회를 봉쇄했습니다.
이처럼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같은 폭동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은 전통에 따라 의사당 앞 서쪽 계단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녹취: 베딩필드 차기 국장] “Our plan and our expectation is that President-elect Biden will put his hand on the Bible with his family outside on the west side of the Capitol on the 20th.”
케이트 베딩필드 차기 백악관 공보국장은 17일 `ABC’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면서 “이번 취임식은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중요한 시각적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임식에는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이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몇 시간 전에 워싱턴 인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별도의 퇴임 행사를 연 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을 떠날 예정입니다.
취임식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먼저 라틴계 최초의 연방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며, 바이든 당선인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낭독합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연설을 통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17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사에 대해 “나라를 전진시키고 통합하며 일을 해내자는 메시지”라고 밝혔습니다.
베딩필드 차기 공보국장도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사에서 “지난 4년간의 분열과 증오를 뒤로 하고 국가를 위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승리가 확정된 이후 통합을 화두로 처음 제시했고, 이번 취임식 주제 역시 '통합된 미국'(America United)입니다.
취임연설 뒤에는 가수 레이디 가가의 미국 국가 독창과 제니퍼 로페즈의 공연, 실베스터 비먼 목사의 축원기도 등이 이어집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식이 끝난 뒤 군 의장대를 사열합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부부 동반으로 부시,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동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합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육군 군악대와 합동의장대 등의 호위 속에 백악관으로 이동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에 들어갑니다.
이번 취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대폭 축소됐습니다.
먼저 취임식에 초청되는 사람들의 규모가 크게 줄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선 보통 20만 장의 초청장이 발송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일반 국민들을 위한 초청장은 없고, 상하원 의원들이 단 한 사람씩만 초청할 수 있습니다.
취임식 주요 행사들도 온라인 상의 가상행사로 대체됐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초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에 따른 안전 문제 때문에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이동하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당선인] “My guess is there will probably not be a gigantic inaugural parade down Pennsylvania Avenue."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식을 마친 뒤 백악관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성대한 퍼레이드를 펼쳤고, 수 십만 명의 인파가 이를 지켜보며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퍼레이드를 생략하고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상퍼레이드로 대체한다고, 바이든 취임준비위원회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상퍼레이드는 미국의 영웅들을 기리고 각계각층의 미국인을 부각하며 새로운 미국의 다양성과 유산 등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전통적인 대통령 취임식날 밤 무도회도 생략됩니다.
대신 배우 톰 행크스가 진행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90분짜리 TV쇼로 대체되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출연해 연설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