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년 동안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또 다른 10년을 묶이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반길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미군이 철군을 완료하면서 종지부를 찍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Last night in Kabul, the United States ended 20 years of war in Afghanistan, the longest war in American history.”
미국이 지난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던 20년 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냈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영원한 전쟁’을 계속 이어가거나 ‘영원한 탈출’을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근본적인 의무는 2001년의 위협이 아니라 2021년과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e fundamental obligation of a president, in my opinion, is to defend and protect America, not against threats of 2001, but against the threats of 2021 and tomorrow. That is the guiding principle behind my decisions about Afghanistan.”
이번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결정에는 그런 원칙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단지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결정만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is decision about Afghanistan is not just about Afghanistan. It's about ending an era of major military operations to remake other countries.”
다른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주요 군사 작전을 펼치는 시대를 끝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결정이라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치명적이고 악의적인 테러의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본질이 변하고 다른 나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e threat from terrorism continues in this pernicious and evil nature, but it's changed, expanded to other countries. Our strategy has to change, too. We will maintain the fight against terrorism in Afghanistan and other countries. We just don't need to fight a ground war to do it.”
아프가니스탄과 다른 나라의 테러에 대응해 계속 싸울 것이지만 이를 위해 현지에 주둔해서 싸울 필요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해를 입기를 바라고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테러에 가담하고 있는 이들에게 경고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And for anyone gets the wrong idea, let me say clearly. To those who wish America harm, to those engaged in terrorism against us or our allies, know this. United States will never rest. We will not forgive, will not forget. We will hunt you down to the ends of the earth and you will pay the ultimate price.”
미국은 결코 쉬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용서하거나 잊지 않고 지구 끝까지 추적해 궁극적인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도 여러 방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이버 공격과 핵 확산에도 직면해 있다며, 미국은 21세기의 경쟁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ere is nothing Russia or China would rather have or want more in this competition than the US to be bogged down for another decade in Afghanistan.”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또 다른 10년을 아프가니스탄에 묶이는 것보다 더 바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01년 9월 11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테러 공격한 것이 발단이 돼 시작됐습니다.
알카에다는 당시 여객기를 납치해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근교 국방부 청사에 돌진하는 사상 초유의 테러를 자행했고, 이로 인해 약 3천 명에 달하는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9.11 테러 발생 후 약 한 달 만에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작전을 단행했습니다.
그 해 11월 미군과 동맹군이 수도 카불이 장악했습니다. 상당수 탈레반 지도부는 이웃 파키스탄 등으로 탈출했고, 아프간에는 미국이 지지하는 과도정부가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2004년 아프간에선 민주 선거를 통해 새로운 민간정부가 출범하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는 카불 등 일부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했고 외곽 지역은 대부분 현지 군벌이 통제했습니다.
이런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탈레반은 다시 세력을 불려 나갔고, 탈레반의 공격 형태도 자살폭탄 공격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아프간의 불안정이 장기화됐습니다.
2011년 5월1일에는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성공했지만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아프간 민간정부, 그리고 탈레반 간의 3자 협상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협상 시작 약 2년 만인 2020년 2월 29일, 양측은 이른바 ‘아프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이 협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까지 아프간 주둔 병력을 2천500명 선까지 줄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20주년이 되는 2021년 9월 11일 이전에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을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선언하고 8월 31일을 시한으로 잡았습니다.
미국은 시한 전날인 미군의 마지막 C-17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함으로써 약 20년간 주둔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지난 20년 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과 민간인 2천 461명이 사망하고 2만 명 이상 부상했으며, 24만 명의 아프간인이 사망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