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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장 동남아·한국 방문...미국의 인도태평양 움직임 대응"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

미국의 전문가들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동남아 3개국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적극적 행보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 방문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이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왕이 외교부장이 10일부터 15일까지 베트남과 캄보디아, 싱가포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협력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중국이 이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 “These efforts have not gone unnoticed by Beijing, and Foreign Minister Wang Yi's upcoming trip is part of China's efforts to boost its own relations with these four key states, signal its economic and diplomatic leadership role in the region, and to try to counter what it deems as ‘U.S. interference’ in the South China Sea.”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왕이 부장의 이번 순방은 해당 주요 4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역내 경제와 외교에서 중국이 지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자신들이 ‘미국의 간섭’으로 여기는 행위들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간 교역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아세안은 유럽연합(EU)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해 베트남과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의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 6월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역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인권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왕이 부장의 4개국 순방은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적, 전략적 줄다리기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 think this is the latest example of the diplomatic and maybe strategic tug of war that's going on between Washington and Beijing. Obviously, we're well into a period of geostrategic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지금 미국과 중국은 명백히 지정학적, 전략적 경쟁의 시기에 돌입해 있다는 겁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t's possible that the Chinese, in the aftermath of what happened in Afghanistan, may believe that the United States is in a moment of weakness or disarray and are trying to take advantage of that as well.”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중국이 아프간 사태의 여파로 미국의 입지가 약해졌거나 혼란스런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고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는 북한의 혈맹이자 협력국으로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열려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분석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Beijing, which is obviously an ally and a partner of North Korea, and which supports the North Korean position is also trying to keep its avenues open to Seoul, trying to demonstrate to South Korea that it is trying to be supportive of South Korea's position, even though at the end of the day Beijing is going to be a lot more supportive of the North Korean position than ever is going to be of the South Korean position.”

결국은 한국 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더 지지하겠지만, 중국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겁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지난 5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반응은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And actually there has not been a Chinese diplomatic response to the Moon-Biden summit from last May. So in a way, what's interesting is that it took time for that to occur.” 그런 면에서 보면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스나이더 국장은 왕이 부장의 이번 한국 방문이 정보 교환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의 목적은 현재 미-북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objective of South Korean diplomacy, really is focused on restoring US-North Korea dialogue. And in the context of US-China rising tensions, I think that the South Koreans would be cautious about the idea that China would be positioned to contribute to the improvement of the US-North Korea relationship, because the South Koreans may view messages that come from China as less likely to be influential or to be well heard by the United States.”

스나이더 국장은 미-중 간 심화되고 있는 갈등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아이디어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미-북 관계에 대한 왕이 부장의 메시지가 미국에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잘 받아들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그럼에도 중국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왕이 부장이 이번 순방에서 내놓을 메시지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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