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북한 등 우방국들을 동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원에 대한 미국의 조사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이 바이러스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미국 등 주요 서방국들과 세계보건기구 WHO는 기원과 관련해 중국 내 추가 조사와 자료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과 우방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조사와 관련해 최근 미국 비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8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 정보기관의 코로나 감염증 기원 조사를 비난하면서 “어디까지나 과학적 문제로서 정보기관이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조해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얀마 군부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 기원을 찾는 작업은 “다른 나라를 비난하거나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지 매체는 미국과 중국 간 관계를 고려한다면 누가 누구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바이러스 기원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것을 두고 ‘바이러스 기원 문제를 정치화 한다’고 역공을 펼쳤습니다.
지난 3일 러시아 정부 주최로 열린 동방경제포럼 개막식에 보낸 시 주석의 축사입니다.
[녹취: 시진핑 주석] 중국어
시 주석은 “(코로나) 백신과 바이러스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결연히 반대하며, 인류 보건공동체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불행히도 미국은 스스로의 부실한 코로나 대응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거듭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스스로에 큰 피해를 초래하고, 코로나 기원을 조사하고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큰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7월 16일에도 우방국 48개 나라를 동원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코로나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WHO·서방국 “중국 내 추가 기원 조사 촉구”
WHO가 올해 초 중국에서 실시한 코로나 기원 현장조사가 불충분했다며 중국에서의 2단계 조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7월 화상브리핑에서 지난 2월 중국 우한에서 진행된 코로나 기원 조사는 바이러스 발병 초기 원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 “Now we have designed the second phase of the study and we are asking actually China to be transparent, open and cooperate, especially on the information raw data that we asked for in the early days of the pandemic.”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제 2단계 조사 계획을 세웠다며, 중국이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WHO의 2단계 조사는 중국 내 실험실과 우한의 동물시장에 대한 접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실험실 유출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WHO는 화난 수산물시장, 동물질병센터,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박쥐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중간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면서, ‘실험실 기원설’은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당시 WHO 조사단의 접근권을 제한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제 전문가들의 2차 조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7개국 G7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WHO의 2단계 기원 조사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 정보당국 90일 조사…명확한 결론 못 내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 5월 바이러스가 감염된 동물에서 유래했는지 실험실 사고로 발생했는지 정보당국의 분석이 엇갈린다며 기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국가정보국은 지난달 28일 미국 내 18개 정보기관들이 90일 간 조사한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을 공개했습니다.
정보기관들은 코로나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 것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한 개 기관은 연구소와 관련한 사고로 인해 인간에게 옮겼을 것이라는 데 중간 정도의 확신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네 개 기관은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자연적으로 유래했다는 데 대해 낮은 확신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미국 정보당국이 코로나 기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다만 바이러스가 생물무기로 개발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고서 공개 뒤 낸 성명에서 “결정적인 정보가 중국에 있지만 중국은 처음부터 국제조사단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며 계속 압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입니다.
[녹취: 사키 대변인] “I can assure you the president wants to get to the bottom of the root causes of COVID-19 that has, as you noted, has killed hundreds of thousands of Americans and wishes that there had been more done earlier on to get to the bottom of it and to, of course, save more lives.”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려 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코로나가 수 십만 명의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아 가기 전에 더 일찍 근원이 밝혀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카울 의원이 지난달 VOA 중국어 방송과 한 인터뷰입니다.
[녹취: 맥카울 의원] “We said it was a possibility. Now I believe there’s a preponderance of evidence that it was manufactured in the lab, and it leaked most likely accidentally.”
맥카울 의원은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제작됐으며 사고로 유출됐다는 증거가 우세하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의 2차 조사 요청을 거절하면서, 오히려 코로나의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미군 실험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8월 말 정식으로 요구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각국 확진자 늘어
한편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7일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4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미 존스 홉킨스대학은 8일 미국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를 4천35만2천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누적 사망자는 65만1천700여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8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억2천200만 명, 누적 사망자는 459만 명에 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델타 변이에 대응해 6개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의무조항들, 감염검사, 학교와 관련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8일 선진국들에 연말까지 백신 추가 접종 ‘부스터샷’을 미룰 것을 촉구하며, 이 때까지 모든 나라가 최소한 40%의 인구에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55억 회의 백신이 접종됐는데 이 중 80%가 고소득 국가들과 중상위 소득 국가에서 접종됐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이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발표했고, 북한은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