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관련 활동이 연이어 포착되면서 향후 미-북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 자칫 비핵화가 아닌 핵 감축 협상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활발해진 북한의 핵 활동이 올해 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올해 1월 핵 무력을 강화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표가 위성자료와 국제기구 등의 분석을 통해 점차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는 겁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전하려 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t is possible that there is also a political, diplomatic message in all of this, the message being a blunt reminder to the United State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if we do not offer concessions, significant ones, then the North Koreans are going to do exactly what they said they're going to do.”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최근의 활동들을 통해 북한이 정치적,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며, 이 메시지는 ‘만약 미국이 양보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공표한 것을 그대로 하겠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상기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최근 북한의 행동에서 미국에 대한 압박 의도가 확인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North Korea has signaled its objectives of continued nuclear and military development in the Eighth Party Congress, and really the only leverage by which to put pressure on the United States to change its position and accept North Korea as a nuclear state is to continue to expand its nuclear and military development.”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올해 1월 노동당 대회에서 핵과 군사 개발을 계속한다는 목표를 드러내 보였다며, 그 것이 미국이 입장을 바꿔 자국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유일한 지렛대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최근 관측된 핵 활동은 핵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고, 역내 안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며, 미국이 핵 보유국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북한은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So what is North Korea telling us? North Korea is telling that they cannot be ignored, that North Korea is a nuclear weapon state. They have missiles, ballistic missiles that can deliver these nuclear weapons and that this is their nuclear deterrent and they have to be dealt with.”
북한은 자신들에게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핵 억제력이 있으며, 이 문제가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과 마주 앉기 전까지 북한은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북한이 매력적이게 느낄 만한 무언가로 북한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의 핵 개발이 계속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미-북 대화는 ‘비핵화’가 아닌 ‘감축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에 ‘판이 바뀌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북한이 과거 스스로를 핵 강국으로 선언하고 이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As they have declared themselves to be a nuclear power and they have every intention of remaining one. And so the other part of the message is that the conversation to be had with North Korea is no longer about eliminating their nuclear weapons capability. They're not going to do that. They've made that clear.”
따라서 이번 메시지의 이면에는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는 것은 물론 북한과의 대화가 더 이상 핵무기 역량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지금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북한이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will have a demonstrated missile capability with a warhead. They can do re-entry and can be targeted and has multiple re-entry vehicles and can defeat ballistic missile defense. And then the US will be basically trying to do arms control at that point. And I don't think the U.S. wants to get into a negotiation with North Korea on arms control. Because that means that you're going to have to recognize them as being a nuclear power.”
북한은 언젠가 미사일 핵탄두 장착과 재진입 기술, 여러 개의 재진입 발사체,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무력화 등의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미국이 군축 협상에 나서는 시점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다만 고스 국장은 군축 협상 자체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은 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도 북한의 핵무기 역량이 계속 발전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정확히 이런 이유 때문에 ‘전략적 인내’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국제 문제 속에서 계속 확대되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 미국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언제, 어디서든, 아무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는 건 북한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m not sure what you would have the Biden administration do. They've made it very clear that they would like to talk to them any time anywhere with no preconditions. And the North Koreans have ignored it and said they're not interested and you cannot even to explore what might be the terms of the dialogue. To me I'm not sure what more the U.S. can do. I think deterrence still works that Kim and Kim regime is not suicidal. It's getting more dangerous and we have to adapt deterrence to meet their new capabilities, and I think that that's what we're trying to do. If you look at the Asian Defense Initiative, the US-ROK-Japan Trilateral Alliance that's what we're trying to do.”
매닝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상황이 더 위험해지는 만큼 이에 대비한 억지력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3각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미국이 할 수 있는 일로 분석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도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You've got to get a message to the North Koreans to make it clear to them that they will benefit if they sit down and have talks. I mean North Korea wants a lot of things, right? I mean they want the lifting of sanctions. They want you know they want to they want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 They want a path to normal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And I would think with the Republic of Korea for obviously for economic development purposes but also for international legitimacy.”
제재 해제와 한국전쟁을 끝내는 평화체제 구축, 미국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한국과의 경제협력과 국제사회 정당성 등 북한이 원하는 많은 것들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어느 누구도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 상황에선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대북 압박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이 이 같은 접근방식에 대한 지지 욕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실현 가능성은 낮게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이 터무니없는 생각인 만큼 결국 해법은 외교일 수밖에 없다”며 “외교는 북한과 관여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위해선 무언가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Diplomacy means you got to engage North Korea, which means you've got to put something on the table to get North Korea to come to the table. The U.S. is just thinking, they can get North Korea to come to the to just talk. Well, North Korea has made very clear that they have no intention of doing that. I would just say the ball's in the US court.”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단순히 걸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제재 완화 제안 등 북한을 불러들일 수 있는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면서도, 현재 전통적인 외교방식을 고수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