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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엇갈리는 북한 '극초음속' 기술…"자체 개발 어려워"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탄도탄의 포물선만 감지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발표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부 지원 없이 북한이 자체 개발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지만, 옛 소련이 시도했던 초기 역량은 이미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에서 북한의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관심은 대기권 바깥까지 올라간 뒤 추진체에서 분리돼 활공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 개발 여부에 맞춰져 있습니다.

탄두에 탑재된 활공체가 분리된 뒤엔 저고도인 수십 km 상공에서 방향을 바꾸며 빠르게 비행하는 방식은 극소수의 국가들만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연구가 일반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보다 한두 세대 뒤쳐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이 확실히 극초음속 활공체(HGV)라면 누가 이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Given that the North Korean missilery has generally been about a generation or two behind China, Russia, the United States, if, certainly, this is a hypersonic glide vehicle, you'd have to start looking at who is giving them this technology.”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도미사일처럼 초고속으로 상승했다가 일정 고도에서 활공체가 추진체와 분리된 뒤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진행 방향을 바꾸면서 마하 5이상 극초음속으로 활공합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이런 과정에서 “초고온에 견디는 내열소재(UHTCs: 초고온 세라믹스)’ 제작은 미국, 중국, 러시아도 이제야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하기 시작한 최첨단 재료과학으로 북한에 큰 도전”이라며 외부 지원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The big challenge with them is the materials required to make them. They require these ultra high temperature ceramics that are very hard to manufacture. They are really the state of the art in materials science and these are things that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nd Russia are just now starting to acquire and develop.”

특히 “탄도미사일은 우주로 치솟은 뒤 하강하며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불타오르는 열을 견뎌야 하는데, 그와 비슷한 속도로 대기권을 계속 비행해야 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엄청난 열과 싸워야 한다”며 “활공체 전면에 축적되는 열을 흡수하고 굴절시켜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도의 재료 과학이 요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With a hypersonic glide vehicle you're flying at those similar speeds, but for the entire time you're in the atmosphere. So the heat that you're contending with is enormous. And you know you make one slight imperfection in your glide vehicle design in the shape of it. One weakness in the materials of it is going to just disintegrate. I mean that the amount of heat that is built up even on any single point on there is huge. So it's got to be able to absorb and refract that heat. That's the problem with hypersonic glide vehicles. That's a real tough engineering problem that requires some really specialized material sciences to do.”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1~2시간 내 타격이 가능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립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의 과거 무기 시스템은 자체 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극초음속 활공체 기술 만큼은 과학과 소재 면에서 너무나 앞선 기술이어서 만약 그들이 이를 스스로 개발했다면 나는 엄청나게 놀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In past systems, you give them the benefit of the doubt, maybe this is not out of the question that they would have been able to develop it but glide vehicle technology is so far advanced in terms of the kinds of science and materials and guidance. I would be flabbergasted if they have developed that indigenously.”

그러면서 “만약 북한에 관련 기술이 유입됐다면, 북한을 좀 더 통제하고 싶어 하는 중국보다는 혼란의 주범인 러시아가 유력한 배후로 의심된다”고 추정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If there has been technological inflows into North Korea, I've always suspected Russia being a more likely candidate just because they're kind of an agent of chaos. China, I think, ideally wants to keep North Korea a little more under control, and is probably more hesitant to give them advanced missile technology.”

반면,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주왕복선에도 적용됐던 극초음속 활공 능력은 매우 오래된 기술”이라며 “북한이 역내 범위에서 활공하는 무언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에 진짜 도전은 ‘얼마나 기동 가능하고 명중률 높게 만들 수 있는가’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What we are really talking about here is a glider and the capacity to glide at those speeds, is something that, again, is a very old technology. You know, the Space Shuttle was a hypersonic glider. So, the idea that North Korea could simply have something that glides at kind of regional distances, that's not all that surprising. The real challenge for them will come in, ‘how maneuverable can they make it and how accurate can they make it?’”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이 과정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혹은 중국의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활공 능력이 별로 좋지 않고 초기 노력이기 때문에 역량이나 외부 지원 가능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I think they're still relatively early in the process and so maybe they've had help from Russian or Chinese entities. But the other possibility is that the Glide is not very good and it's an early effort, so I think it's too early to jump to any conclusions about either the capability of the glider, or the possibility of foreign assistance.”

앞서 북한이 ‘앰풀(ampoule)’ 즉, 공장에서 준비해 군부대로 보내는 미사일용 액체연료 용기를 거론한 데 주목했던 루이스 소장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옛 소련도 이미 1960년대에 시작했기 때문에, 북한 정도의 기술 수준에 있는 나라가 이것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 전 소련이 했다면 현재 북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The Soviet Union started doing it in the 1960s, so it's not unheard of for a country at North Korea's level of technology to do this..so I believe the DPRK can do it now.”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이었다고 밝히면서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앰풀·ampoule)화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이스 소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나라는 액체 연료 미사일에서 앰풀이 필요 없는 고체 연료 미사일로 신속히 넘어가기 때문에 앰풀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북한은 가까운 미래에 액체 연료 미사일에 기반한 억제력을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Most countries don't bother because they shift pretty quickly from liquid propellant missiles to solid propellant missiles which don't require ampulization. But it looks like North Korea is committed to building a deterrent around liquid propellant missiles for the foreseeable future.”

또한 “앰풀화는 북한에 매우 중요한 발전”이라며 “미사일을 오랫동안 연료 주입 상태로 유지해 발사 시간을 줄이고 운반에도 융통성을 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This is a pretty important development for them because what it really means is that they'll be able to keep those missiles fueled for long periods of time which reduces the amount of time it takes to fire them and gives them some flexibility when it comes to transporting them around.”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전력화할 경우 미-한 양국의 현존 미사일방어 자산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극초음속 활공체는 미사일 방어에 도전을 가한다”며 “현재 미국은 그런 종류의 미사일에 최적화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극초음속 방어 시스템의 초기 구상과 설계 단계로, SM-6 미사일이 극초음속 활공체를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그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That's a missile defense challenge for sure. And right now, the US doesn't have a missile defense system that's optimized against that kind of missile. They're working on it. They have some programs right now. They are kind of in the early conceptual and engineering phase of a hypersonic defense system…There is some talk that an SM-6 might be able to intercept the hypersonic glide vehicle—but not a vast capability right now.”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시험 발사했다고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한미연합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윌리엄스 부국장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을 예로 들며 “극초음속 활공체는 감지하기 쉽지 않고 포착한다 해도 공격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른 종류의 위협”이라면서 요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 “It’s a different kind of threat for sure…That's one of the reasons why the United States is deploying space sensors to see these things. The US is deploying an entire new system of satellites called HBTSS. One of the primary reasons is so it can see these things because you can't track them reliably from the ground. We have to kind of be up in the air so we're deploying these satellites—they'll be able to see them and track them as they're flying.”

윌리엄스 부국장은 “미국이 지상 센서로 추적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하기 위해 여러 위성으로 구성된 ‘극초음속 탄도 추적 우주센서(HBTSS)’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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