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 여파 등 여러 도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제재 회피 수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애런 아놀드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이 지적했습니다. 아놀드 전 위원은 교착 상태에 빠진 대북 외교가 제재 체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국 대표로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하다 최근 영국 합동군사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아놀드 전 위원을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중간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최근까지 제재위에서 활동한 전문가로서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놀드 전 위원) “저는 올해 중간보고서에서 세 가지 시사점을 꼽고 싶습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제재 체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으로 인한 여러 도전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해양 부문에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둘째, 최근 도발이 입증하듯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북한의 최근 실험과 진전 상황은 다음 보고서에서도 계속 강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론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이 해양, 금융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가능하도록 조직적인 도움을 주는 이들과 법인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이 보고서에 점점 더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국제금융 접근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관련 불법 활동이 동남아에 집중된다고 했는데, 북한의 이런 활동이 여전히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놀드 전 위원) “전문가패널은 주로 북한 정제유 제품의 불법 조달과 관련된 금융 거래가 주로 중국 기관들이 보유한 계좌를 통해 이뤄지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려 사인이고 대북 제재 이행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금융 거래를 유지하는 나라가 한 곳만은 아닙니다. 지난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보고서도 북한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일부 지역에서 계좌를 계속 유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북한 계좌들이 동남아시아 등과 같은 지역에 집중되는 이유는 지리적 근접성, 경제·역사적 관계와 함께 이들 금융기관의 관리 감독이 부적절하거나 느슨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가상화폐거래소 해킹 등으로 상당한 금액을 탈취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사이버 활동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의 새로운 자금원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실제로 그렇다고 보십니까?
아놀드 전 위원) “우리는 해킹과 랜섬웨어 등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통한 불법 수익이 약 2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중 얼마를 돈세탁과 송금 등을 통해 경화로 전환 가능한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사이버 기술이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들은 역동적으로 관련 기술, 과정과 절차에 적응하고 공격 방식 등을 변형시키며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보고서에 북한의 사이버 전술과 유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았는데,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이런 정보에 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기자) 아놀드 전 위원님은 확산금융 전문가인데요, 북한 기관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해결책은 없습니까?
아놀드 전 위원)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 북한 기관을 돕는 중국 은행에 대한 평가를 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 금융기관에 접근할 수 있고 계좌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많은 송금이 이뤄진 여러 사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문제입니다.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이 상당히 이뤄지는 지역의 금융 기관들은 제재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새로운 고객과 거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법적 절차를 강화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대표적 제재 회피 활동인 선박 간 환적이 한동안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국 국방부가 제재 위반 사진을 최근 공개했습니다. 관련 활동이 다시 늘고 있는 걸까요?
아놀드 전 위원) “좋은 질문입니다만 이런 상황이 선박 간 환적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거나 정상적 활동으로 복귀하는 것을 시사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패널 보고서는 코로나 관련 북한의 대응뿐 아니라 전반적인 다른 나라들의 대응들도 북한의 선반 간 환적 활동 역량에 영향을 줬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국제 무역과 교역이 다시 증가하면서 북한의 선박 간 환적도 같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중국, 러시아 측 전문가들이 대북제재위 활동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됐는데요, 실제로 이들 국가들의 방해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셨습니까?
아놀드 전 위원) “우리는 패널에서 발생하는 내부적인 심의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미국 정부는 여전히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북제제 체제’ 작동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강화나 수정, 혹은 일부 완화 주장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놀드 전 위원)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유엔 제재와 각국의 독자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계속 투자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으니 ‘제재가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이죠. 저는 이런 견해는 제재를 목적으로 여기는 다소 단순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재는 도구입니다. 궁극적으로 상대로부터 양보를 얻기 위해 압박을 가하기 위해 외교적 접근 방식과 함께 수행되도록 고안된 하나의 도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외교적 과정이 무너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안보리와 관련 위원회의 정체와 외교적 교착 상태는 제재 체제 일부에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이 제재 회피 활동에 대한 충분한 증거와 권고사항을 계속 제시하고 있음에도 추가 제재 대상 지정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교적 과정을 증진하고 당사자들의 정치적 의지를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주의 활동의 경우 금융 채널을 ‘안정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달성 가능한 목표이고 정치적 도전도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애런 아놀드 선임연구원을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