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북한 사회 여기저기에서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출 길이 막혀 공장이 문을 닫고, 배급을 못줘 실업 사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경제난을 겪던 북한이 올 6월 식량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상반기 kg당 3-4천원을 유지하던 쌀 가격이 6월 들어 7천원으로 뛴 것입니다.
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북한 당국은 장마당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안전원들은 식량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메뚜기’라고 불리는 길거리 가판과 노점을 금지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안전원 사이에 욕설과 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 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개인의 경제활동을 엄청 심하게 단속합니다. 장마당의 조그만 두부장수, 담배장수를 단속해 몰수합니다. 그걸 뺏기면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울고불고, 욕하고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는 보고가 각지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식량난은 가뜩이나 힘든 공장과 기업소 사정도 한층 악화시켰습니다. 황해북도 황해제철연합기업소의 경우 배급을 주지 못해 노동자 절반이 출근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출근 못하는 원인이 배급을 주지 못해서 식량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해서 못하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황해제철 합기업소의 경우 출근률이 50%도 보장되지 못해서, 해방 이후 이렇게까지 출근률 떨어진 게 처음이라고 하거든요.”
북한의 주요 수출 업종이었던 광업 부문에서도 실업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8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탄광에 전력 공급이 안 돼 생산이 멈췄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탄광·광산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가 존재하고, 인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를 오래 관찰해온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광산의 경우 국가 공급은 이미 지난해 중단됐고 기업소 차원에서 근근히 식량을 대주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노동자들이 워낙 힘들어 출근 못하는 현상이 여러 공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산광산의 경우 6월 말에 옥수수 5일 분을 임시로 공급했습니다.”
북한은 석탄을 중심으로 700여개 광산을 갖고 있으며 53만명이 이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류와 방직 분야에도 실업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 이전에 의류는 북한의 두 번째로 큰 수출품목으로 전체 수출의 25%인 7억3천만 달러를 수출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의류임가공 사업을 활발히 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북한에 옷감과 실, 단추 같은 원부자재를 제공하고, 북한 근로자들은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임가공이 돈벌이가 되자 북한의 많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평양과 평안북도, 황해북도를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300여개 업체가 임가공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여공만도 수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류업계도 제재와 국경 봉쇄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2018년부터 의류임가공 수출이 대부분 중단됐습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의류산업 종사자 수 만 명이 직장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의류임가공은 남쪽과 교류가 중단된 2010년 이후에는 중국과 많이 했는데, 중국과 교류가 중단되니까, 지금 의류 업종에서도 많은 수가, 한 5만 이상, 다른 직종을 찾아야 하는 거지요.”
노동자가 직장에 출근을 안하자 북한 당국은 반강제적인 ‘탄원운동’을 벌여 청년과 여성들을 탄광과 건설장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4월부터 전국적으로 탄원 행사를 열고 청년 1만여 명을 농촌과 금속, 석탄 등 채취공업 부문, 그리고 양강도 삼지연시 건설장 등에 배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노동 현장으로 내모는 것은 일종의 ‘경제적 고육책’이라고 말합니다.
농촌과 공장, 탄광이 돌아가려면 자재와 전력, 그리고 식량을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필요한 물자와 식량을 주지 않으면서 대신 노동력으로 때우려 한다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농촌은 주기적으로 인력 부족을 겪어 왔지만 청년들이 배치되면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North Korean system often have labor shortage….”
경제난에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북한 각지에서는 범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들은 강도와 절도는 물론 군인들이 협동농장을 습격해 식량을 훔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탈북민] “농장 식량창고는 군인들이 제일 많이 습격하죠. 군인에 대한 식량공급이 안되니까, 군 복무는 해야 하고, 그러면 군인들이 가을철에 농장을 습격하는 수밖에 없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이 자신의 책임임을 시인하고 여러 차례 유감의 뜻을 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실패했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어 4월에 열린 당 세포비서 대회에서는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강연회에서는 “앞으로 5년 안에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제8차 대회가 설정한 5개년 계획 기간을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우고 인민들의 식의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효과적인 5년으로 만들겠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북한 내 민심이 이미 김정은 정권을 떠났다고 주장합니다.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탈북민] ”북한 주민들이 표현을 못할 뿐이지,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민심이 떠난 지 오래입니다."
전문가들은 집권 이래 최악의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 직면한 김정은 위원장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