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아세안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측의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아세안의 협력 관계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측의 지속적인 협력이 21세기에 직면한 새로운 도전을 헤쳐나가는 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기후변화 대응, 사이버 안보 강화, 새로운 기술 생산, 항해와 무역의 자유 유지 등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partnership is essential in maintaining a free and open Indo-Pacific, which has been the foundation of our shared security and prosperity for many decades…”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아세안은 인도태평양 구상의 핵심이자 역내 안보와 번영에 있어 회복력을 유지하는 ‘핵심축’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공동 이익뿐 아니라 공동의 가치와 역내 비전을 증진하기 위해 아세안과 협력하기를 고대한다면서, 인도태평양이 힘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가 법을 준수하며 공평하게 경쟁하고 성공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공공의료와 기후변화 대응, 경제 회복 등의 새로운 협력 프로그램을 위해 아세안에 1억 2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아세안과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의 군 최고지도자는 이날 회의에서 배제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대중국 견제에 외교 안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과 파트너의 협력을 강조하며 아세안 국가과의 관계 심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세안은 1967년에 설립된 동남아 10개 국가들의 정치, 경제, 문화 협의체입니다.
필리핀과 태국, 싱가포르 등 미국과 오랜 동맹 관계인 국가도 포함돼 있지만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핵심 대외 구상인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이 지역의 사회 기반시설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아세안 비즈니스협의회의 마르크 밀리 수석부대표는 26일 VOA 뉴스센터에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경쟁을 벌인다면 동남아 10개국이 ‘전장’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밀리 수석부대표] “many of us recognize that if there is sort of a competition between the US and China globally or in the Indo Pacific region, where there's no question that let's just say one of the battlegrounds for this competition is taking place in the 10 countries of Southeast Asia…”
밀리 부대표는 인구 6억 5천 명의 아세안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 블록으로,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최대 교역 상대이지만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최대 해외 투자자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백신 외교’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들 국가에 백신 2,300만 회분과 1억 6천 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의 역내 방문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7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아세안 핵심 국가인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을 방문했고, 8월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아세안 외교장관들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아세안이 역내 중심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아세안 중심성’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한편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불법적 주장’을 거부하며 동남아 국가들 편에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8월 말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해 "남중국해에서 국제질서와 항행 자유에 기초한 규칙에 대해 파트너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