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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북' 여전히 회의적...성사된다면 억류 한국인 석방에 영향력 발휘해야"


지난달 29일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왼쪽)이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리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왼쪽)이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리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방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워싱턴에선 여전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한국인 억류 문제와 종교 박해 실태를 제기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사를 전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워싱턴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청와대는 교황이 방북을 수락했다고 했지만, 여건은 3년 전 첫 방북 제안 때보다도 나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와 최근의 미사일 시험 발사, 그리고 모든 유럽 국가들의 평양주재 공관 폐쇄를 고려할 때 지금 당장 교황의 방문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The possibility of a visit right now is hard to imagine given North Korea's covid lockdown, recent missile tests, and the departure of all EU embassies.”

게다가 “교황의 방문 형식 또한 불투명하다”며 “교황은 각국을 방문할 때 다른 도시들을 찾고 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데, 북한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The modalities of a papal visit would also be questionable. When visiting countries, the Pope likes to go to different cities, attend church services, meet with Christian leaders, talk to people. How would that be possible in North Korea?”

‘교황이 따뜻한 아르헨티나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는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2일 발언도 워싱턴에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박 대변인의 묘사처럼 항상 “따뜻한” 나라가 아니라 일부 지역은 혹한 피해를 입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아르헨티나에 스키장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Do you realize they have ski resorts in Argentina?”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관광도시 바릴로체에 있는 파타고니아 스키 리조트에서는 지난 2017년 7월 영하 25.4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교황의 방북을 가로막는 요인은 이처럼 ‘날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워싱턴의 중평입니다. 북한으로선 대외선전에 이용할 드문 기회이지만, 동시에 인권 비판을 촉발할 뇌관이 될 수 있는 교황의 행차에 선뜻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깔렸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교황 방북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김정은이 교황을 실제로 초청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remain skeptical and doubtful that he will even go. I'm doubtful that Kim Jong-un will even make an invitation because Kim Jong-un’s legitimacy is threatened if the Pope comes and makes a statement on human rights. It will make Kim Jeong-un look very bad.”

“교황이 방북해 인권 관련 성명이라도 낼 경우 정통성이 위협받게 될 김정은이 교황을 초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29일 교황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 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결같이 한반도 평화를 축원하시고 북한 방문 의사를 밝혀주셨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청와대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초청장이 오면 방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교황청 보도자료에 그런 내용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왜곡”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9년 11월 24일 일본 원폭 피해 도시인 나가사키를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9년 11월 24일 일본 원폭 피해 도시인 나가사키를 방문했다.

교황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도 떨어지지만,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는 종전선언 등 남북관계에서의 실익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워싱턴의 인식은 청와대의 입장 발표 뒤에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전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교황의 방북이 한국과 미국의 여론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북한, 특히 김정은과 지도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전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I think the Pope's visit will have an impact on public opinion in South Korea and possibly in the United States, but I doubt it will be much if any influence on North Korea and particularly Kim Jong Un and the North Korean leadership.”

맥스웰 연구원은 “김정은이 평화를 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의제를 추진하는데 교황의 방북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질문해 봐야 한다”며 “나는 이런 가정이 그다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We have to ask ‘How would a papal visit influence Kim Jong-un to pursue peace and to pursue President Moon's peace agenda?’ I just don't think that assumption is very valid. I can't imagine what the Pope could say or do would change Kim Jong-un from the rogue leader that he is into a responsibl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이어 “교황의 말과 행동이 김정은을 ‘불량 지도자(rogue leader)’에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왜 교황 방문을 그토록 최우선 과제로 삼는지, 어떻게 그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just don't see the influence of the Catholic Church or even the Pope's reputation as a world leader of having any impact on Kim Jong-un. So I just cannot understand why this is such a priority for the Moon administration and how the Moon administration really thinks that this is going to help.”

국가의 핵심 이익이 걸린 광범위한 정치·경제 현안에 외교력을 극대화해야 할 국제무대에서 교황 방북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워싱턴에서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2~3분간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교황의 방북 의사를 전한 데 이어 프랑스, 호주 총리 등에게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지지를 요청했지만, 미 정치권에서 교황 방북 여부에 대한 관심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워싱턴 인권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교황의 영향력을 추상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나 비현실적인 종전선언이 아니라 10년 가까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민을 구출하는 데 활용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선교사가 다수 포함된 억류 한국인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교황이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선한 영향력이자 세계적 종교 지도자의 지위와 사명에 훨씬 더 부합한다는 지적입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교황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그들 중 대부분은 신앙 때문에 북한 문제에 관여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사안은 바로 자국민 석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대표] “The Pope could be raising the cases of the South Koreans that have been held in North Korea, most of whom were involved with the North Korea issue because of their faith. So this is something that Moon should be asking the Pope's help and getting the South Koreans to be released.”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가 지난 2014년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가 지난 2014년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2010년대 이후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 한국 국민은 선교사 3명과 탈북민 3명 등 총 6명입니다.

2013년 10월 8일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는 8년째 억류 중입니다. 북한은 김 선교사에게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며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2014년 10월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와 같은 해 12월 붙잡힌 최춘길 선교사도 무기노동교화형 선고를 받고 억류돼 있습니다.

2016년 7월 평양에서의 기자회견으로 억류 사실이 공개된 고현철 씨 등 나머지 3명은 탈북민입니다.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민 3명을 송환받았던 트럼프 행정부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국민 납북자 송환을 호소하는 일본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자국민 억류 문제를 공개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만약, 교황이 기독교 선교사가 다수 포함된 억류 한국인들의 석방을 끌어낸다면 북한의 대외선전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을 일시에 잠재우고 국제사회의 축복 속에 진행된 역사적인 방북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교황이 억류 한국인 석방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에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if the Pope chooses to do that, I think it would be in the best interest of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look for ways to use the Pope's influence to try to free prisoners. And I think that would be an excellent effort.”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북한에 한국인들이 억류돼 있고 그들 중 많은 이가 기독교 목사”라며 “그들은 교파와 관계없이 모두 기독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신앙을 위해 수감된 한국인 억류자들의 석방을 요구할 권위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ere are South Korean detainees in North Korea and many of them are Christian ministers. It doesn't matter that they're not from the same denomination. They are Christians. And, as a matter of fact, the Pope, as one of the world's most prominent religious leaders, certainly has the authority to demand the release of those imprisoned for their faith regardless of what that faith might be.

이어 “기독교 혹은 다른 신앙이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신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금하고 있는 나라를 교황이 방문하는 것을 상상하지 않는다”며 “만약 교황이 실제로 방북한다면, 억류 한국인 석방은 매우 가치 있는 의제”라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I simply do not envision a papal visit to a country that is imprisoning Christians and people of other religious beliefs simply for the reason that they're religious believers. If a papal visit were indeed to happen, I think that this should be a very worthy agenda item.”

특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한에 억류됐던 두 명의 미국 기자들과 함께 귀환했다”는 예를 들면서 “이는 교황청과 북한 간 긴밀한 사전 협력을 통해 타협이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We've seen instances when, for example, former President Bill Clinton came back with the two journalists. Whenever a prominent figure, sometimes the former president and others secures the release of hostages from North Korea, these releases are negotiated beforehand so it would take a lot of cooperation on the part of the DPRK regime as well.”

인권 전문가들의 이같은 제안은 교황이 북한의 종교 자유와 인권 탄압 실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에 나서 달라는 당부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상징적인 ‘종전’과 ‘선언’이 아니라 남북한이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워싱턴 조야의 오랜 믿음이 담겼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주민들은 성경을 읽거나 비공식 예배를 드리면 수감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교황은 (북한에서) 관용과 평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적으로는 종교의 자유와 기독교인 박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While the Pope could speak publicly about tolerance and peace, he would have to be able, at least in private, to raise issues of freedom of religion and persecution of Christians. North Koreans are imprisoned for reading a Bible or holding an unofficial church service.”

맥스웰 연구원은 “교황이 만약 북한에 간다면 자신의 정통성과 명성을 위해 인권을 반드시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김정은이 유엔에 의해 문서화된 인권 유린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 한, 기업·정부·국제사회와의 어떤 협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성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would certainly hope if the Pope goes to North Korea, that he absolutely must address human rights for his own legitimacy and reputation…The basic statement must be that Kim Jong-un cannot expect any kind of cooperation with businesses, with governments,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unless he ceases the human rights abuses that have been documented by the United Nations. And perhaps the Pope could convince him of that, although I am very skeptical and doubtful that he would have any impact at all on Kim Jong-un.”

숄티 대표는 “국가를 개방하고 자국민에게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며 원하는 곳 어디서든 천주교 미사를 봉헌하라고 북한에 촉구하는 것이 교황이 해야 할 일”이라며, “천주교 신자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때 북한에 갈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대표]“We should be calling for North Korea to open up and allow freedom of movement for its own citizens, and an approach should be calling for them to be able to have Catholic masses wherever they want. So that's what he should be doing. And he should say, “I would love to come to North Korea when Catholics can practice their faith and unfettered, have complete freedom to be able to practice their faith.”

그러면서 “교황은 북한의 지하교회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기독교인과 천주교 순교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대표] “The pope should be doing what it can to help the underground church and speak out on behalf of the Christians, the many Catholic martyrs of North Korea.”

숄티 대표는 특히 14년 전 미국 개신교계 지도자 릭 워렌 목사의 방북이 이런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무산된 예를 들었습니다.

지난 2006년 7월 노무현 당시 한국 대통령은 워렌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불안을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해소해줘야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워렌 목사는 다음 해 평양에서 부흥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방북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평양에서 집회를 가진 미국의 종교 지도자로는 1992년 김일성 주석의 초청을 받아 방북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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