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 해법을 놓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대북 제재 등을 놓고 양국이 다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북한을 상대하는 방안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국방부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또다시 강조했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사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이 있다”면서 “국제사회 모두는 그들이 그 영향력을 건설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대변인] “China does have influence in Pyongyang. And we all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ould like to see them use that influence in a constructive way. To put some bite into the sanctions that are already in place under the U.N. Security Council. They have influence and they should use that influence to help steer North Korea towards a diplomatic solution to this. And the denuclearization of the peninsula, which one has to assume is also in China's interest as well.”
커비 대변인은 중국의 영향력은 “유엔 안보리의 기존 제재를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영향력이 있으며, 북한을 외교적 해법으로 이끌도록 돕기 위해 그 영향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커비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 왔습니다.
커비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중국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힘을 모으거나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다”면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었습니다.
또 지난 8월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관계 속에서도 북한 문제만큼은 협력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 think it's fair to say we're never going to have identical interests with the PRC. But North Korea, the DPRK is one of those areas where there is at least some alignment of interests.”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결코 일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북한은 적어도 어느 정도 일치된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북한 관련 행보는 미국의 기대와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며칠 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력은 상호 신뢰와 이익, 건전한 양국관계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땐 (협력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대북 제재를 비롯한 북한과 관련된 핵심 사안에서 미국과의 이견을 공공연히 노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최근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것입니다.
유엔 외교 소식통은 지난 1일 VOA에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회람시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의 해산물과 의류 수출 금지와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을 폐지하고, 남북한의 ‘철도와 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전적으로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도 “제재는 북한의 행동을 바꾸도록 압박을 가하는데 여전히 효과적인 도구”라면서 중국 측의 결의안 초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중국은 결의안 초안 제출 외에도 북한과의 잦은 고위급 회동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직접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를 접견했습니다.
그밖에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거나, 제재 활동에 연루됐다는 지적도 자주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공개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회피에 연루된 사례가 구체적으로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회원국 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다른 행위자들의 제재 회피 활동을 두드러지게 용인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대북 결의들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지난달 VOA에 “문제는 중국의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미국과 달리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이나,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틈을 벌리는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 problem is that China's North Korea policy has a list of priorities and denuclearization is not at the top of the list of priorities. Stability on the peninsula is at the top of the list. And driving a wedge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is at the top of the list.”
다른 전문가들도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과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