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재일 한인 북송사업 62주년을 맞아 북한 정부에 이들의 생사 확인과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유엔이 책임 규명을 촉구한 것을 환영하며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은 1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다음 날인 14일 “ ‘지상 낙원’ 북송 사업 시작 62주년을 맞아 북한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3가지 사안을 지적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On the occasion of the 62nd anniversary of the start of “Paradise on Earth” displacement operation, we strongly urge the Government of #NorthKorea to: clarify the fate and whereabouts of Zainichi Koreans, many of whom remain disappeared to this day; initiate effective investigations and hold perpetrators accountable; re-establish communication between separated families.
“현재까지 실종된 많은 북송자들의 생사와 행방을 밝히고 효율적인 수사를 시작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헤어진 가족 사이의 소통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 겁니다.
실무그룹은 “진실(진상규명)의 권리는 위반 행위 재발에 대한 중요한 보호 수단으로 개인의 권리일 뿐 아니라 집단적 차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제실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 범죄의 일환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재일 한인 북송사업을 납치와 강제실종으로 분류했었습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북한 지도부의 ‘지상낙원’ 선전을 믿고 1959년 12월 14일부터 1984년까지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이 25년간 9만 3천 340명, 이 가운데 1천 831명에 달하는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14일 북송 사업 62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이 재일 한인 북송 사업에 대해 북한 정부의 책임 규명을 요청한 것은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처음이라며 의미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 정부는 재일교포들에게 북한을 경제적 풍요와 기회가 약속된 차별 없는 땅, ‘지상낙원’으로 선전”했지만 “북송자들은 북한 도착과 동시에 모든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은 북한 지도부가 “북송사업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지 않는 현실에 대해 우려한다”며 “북송 사업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교류하고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송사업이 노예화, 강제이주, 박해, 구금과 강제실종으로 이어졌던 만큼 이에 대한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 이들에게 자행된 노예 착취와 반인도적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정의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북한을 탈출해 일본으로 돌아온 북송 피해자 5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정부를 상대로 1인당 90만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10월 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처음으로 재판을 열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원고 중 한 명으로 이 소송을 주도한 79살의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앞서 VOA에, 원고 5명이 모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스러워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감개무량합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서 여기까지 왔어요. 모두가 변론할 때 눈물을 흘렸어요. 정말 3년이면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갔는데 정말 어렵고 힘든 고통을 거쳐 일본으로 왔습니다.”
한편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일본의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 아시아 연합 비정부기구인 비자발적 실종 반대 아시아연합(AFAD) 등 여러 단체는 최근 북송사업 62주년을 맞아 이 사업의 실체를 고발하는 메모리얼 토크 콘서트를 공동으로 열었습니다.
단체들은 ‘가라앉은 북송선의 꿈 – 지상낙원으로 간 그들은 어디에? 기만적 북송사업과 강제실종’이란 제목으로 북송 사업은 “사실상 강제이주, 노예화, 현대적 개념의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소희 선임간사입니다.
[녹취: 김소희 간사] “북한의 잡지라든지 신문, 환등기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재일동포들에게 굉장히 화려한 거짓 정보를 주입하고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단어로 그들을 굉장히 현혹했습니다.”
단체들은 “북송사업이 시작된 지 62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귀국사업으로 포장되어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건이 됐다”며 이 사업이 반드시 재평가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