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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해는 승리의 해" 선전...전문가들 "기저효과일 뿐 경제난 심화 지속"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북한이 연말에 접어든 이후 일부 경제 부문의 성과를 부각하며 올 한 해를 승리의 해라고 연일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른바 ‘삼중고’에 따른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비롯된 기저효과일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장기화로 경제 위기가 여전히 심화되는 과정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정치국 회의에서 “당이 중시하는 농업 부문과 건설 부문에서 커다란 성과 등 국가사업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총적으로 올해는 승리의 해”라고 자평했습니다.

경제 실패를 자인했던 올 초 8차 당 대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평가를 내린 겁니다.

북한 매체들도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 해 성과를 결산할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연일 올 한 해 성과를 부각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여러 건의 특집기사를 통해 “국가경제의 자립적 발전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전진을 이룩할 잠재력을 축적한 해” 또는 “올해는 승리자의 자부심을 가슴 가득 안겨주는 추억 깊은 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26일 “농업 부문 일꾼과 근로자들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 커다란 성과를 이룩함으로써 올해가 승리의 해가 되는데 이바지했다”며 김정은 위원장 덕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를 맞아 가용자원들을 집중 투자해 건설 등 일부 분야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따른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비롯된 기저효과가 크다며 여전히 대중 교역 봉쇄 등에 따른 경제 위기 심화가 지속되는 국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은 최근 북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5%라는 추정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1997년 마이너스 6.5% 이후 23년 만에 기록한 최대 폭의 역성장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2021년 상황이 2020년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구조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진 것은 아니고요. 결국 국경 개방이 이뤄져야 되는데 그러나 오미크론 사태로 인해서 2022년에도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국경 봉쇄 기조가 그대로 간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고요. 지금 수 십년 전의 3대 혁명 소조운동, 더 내려가서 항일 유격대식 방법까지 다시 소환하고 있거든요. 이 얘기에 지금 김정은 체제의 고뇌가 묻어있거든요.”

한국 농촌진흥청은 최근 북한이 올해 총 469만t의 식량작물을 생산해 지난해 440만t 보다 7%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지난해 북한의 작황은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다며, 평년 수준과 비교하면 올해 작황도 10% 정도 줄어 든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북한이 1년에 600만t 이상 생산돼야 완전히 식량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런대로 기본적인 수요가 충족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실질적으로 평년 수준을 놓고 봤을 때 농업 생산이 성공했다고 이야기 할 수 없죠.”

조 소장은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먹는 문제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옥수수의 시장가격이 1kg에 2천원 아래, 쌀은 4천원 수준으로 유지돼야 안심할 수 있는데 현재 옥수수는 2천원대 후반 쌀은 4천원대 중반으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돈 있는 사람들이 내년 보릿고개에 대비해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최은주 박사는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업의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고 북한 당국이 올해 이 부문에 자원을 집중 투자했고 실제 시군발전법을 채택하면서 평양은 물론 지방 도시의 살림집 건설 등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살림집 건설이 실제 경기부양 효과를 내려면 매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평양 등 북한 주요 도시에서 주택가격이 주민들의 구매력 감소로 하락세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완공 단계 또는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삼지연시나 평양시 보통강변 800세대 고급 주택구 건설 등은 경제 효과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사업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조금이라도 성과가 난 것을 갖고 이렇게 부각을 해야 되는 거죠.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가 자력갱생을 하다가 보니까 이런 성과가 나왔다, 그러니까 희망이 보인다,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 해 나가자 이런 식의 메시지를 줘야 되는 게 북한 지도부의 입장인 거죠.”

최은주 박사는 '고난의 행군' 시절과 비교해 식량 사정이 나은 편인데다 중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당분간 자력갱생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 박사는 그러나 장마당 경제를 체험하면서 주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점은 북한 당국에게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최은주 박사] “북한이 2015년, 16년까지는 경제가 많이 올라왔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갖고 있는 기준이 달라졌을 거라는 거죠. 과거에는 정말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2010년대 들어서 물질적으로 좀 더 대도시 중심으로 풍요로워진 게 있고 제품 질을 따지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고 이런 부분을 보다 보면 경제가 나빠진다라는 것들에 대해 오히려 외부에서 보는 기준보다 내부 주민들 중에 그 기준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조한범 박사는 북한에서 주민들의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이 정치적 사안을 떠나 백신 물량 확보와 접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미국이나 한국과의 백신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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