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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화 나올까?...2022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 좌우 일정 이어져


지난 27일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사회를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지난 27일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사회를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올해도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채 ‘고립의 길’을 걸었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습니다. 회의에서 나올 대외 메시지는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꼽히고 있는데요, 이밖에도 내년 상반기에는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일정들이 예정돼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 한 해,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았던 북한이 2022년에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까?

북한의 선택을 관측해 볼 수 있는 첫 번째 가늠자는 27일부터 시작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번 회의가 “올해 주요 정책 집행 실태를 결산하고 다음 단계 전략전술적 방침 등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는데, 김 위원장이 ‘신년사’ 성격의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북, 남북 관계 등 대외 기조와 관련해 ‘강경’과 ‘유화’ 중 어떤 방향의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좌초됐던 2019년 연말 열린 전원회의에선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미국과 대화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대화 재개 조건으로 거듭 내걸었던 ‘이중기준·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어떤 수준의 언급을 할지 주목됩니다.

북한이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유예 파기 등 ‘무력행위 고조’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지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아직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 완화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것이라는 신호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장기간 누적된 대북 제재에 더해 거의 2년간 지속된 국경 봉쇄 조치로 인한 경제난이 북한에는 큰 부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AN) 선임국장은 29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무언가 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의 메시지와 함께 그렇지 않으면 “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통한 벼랑 끝 전술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일종의 위협”도 시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 his speech will be along the lines of trying to coax the United States in doing something but probably holding out some sort of threat that if that does not happen, then the North Korea will have to go in another direction, suggesting possibly provocations brinksmanship of some sort, testing…”

내년 2월 4일 시작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재현하겠다는 한국 측 구상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당초 한국 정부는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모색하며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는 일찌감치 신장 자치구 '집단학살' 등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있다.

[녹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U.S. diplomatic or official representation would treat these games as business as usual in the face of the PRC's egregious human rights abuses and atrocities in Xinjiang. And we simply can't do that.”

이런 가운데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도 29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한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 ‘평화 구상’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습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기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북한이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올 7월 일본 도쿄올림픽에도 불참한 만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도 내년 한반도 정세의 주요 변수인데,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먼저 미-북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연기 등 조정되는 경우입니다.

실례로 2018년 봄에 예정된 연합훈련이 유예됐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남북대화와 미-북 대화로 이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 여권에서는 이미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년 3월 예정된 연합훈련의 연기를 선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훈련의 시기 및 범위와 관련된 모든 결정은 쌍방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북한이 3월 훈련에 반발하며 도발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국제정세 전망 2022’ 보고서에서 “북한은 2022년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나 2차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발사 혹은 신형 잠수함 진수 등 새로운 도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2~3월 사이 상반기 미-한 연합훈련 때를 도발의 시작점으로 제시했습니다.

3월 치러지는 한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북한이 다양한 ‘대남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내년 3월 한국 대선을 앞두고 중대 도발이나 매력공세, 또는 이 둘의 조합을 통해 내년 바이든 대통령의 어젠다에 끼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한국담당 국장도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관여에 우호적인 ‘진보 후보’의 당선을 원할 것이라며, 북한이 향후 몇 달 동안 한국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사일 발사 등 ‘대남 도발’과 ‘평화공세’ 사이를 오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Clearly Kim would want, I would think, the progressive candidate to win, just because of their policy stance. One’s more pro-engagement and the other conservative party is a little bit more… He’s going to continually alternate…”

올해 줄곧 이어진 미-중 갈등은 내년에도 한반도 정세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무역 문제를 넘어서 타이완 등 안보, 신장과 홍콩 등 인권을 비롯한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입니다.

백악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는 중국과 협력이 필요한 역내 현안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워싱턴과 베이징의 대북 문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최근 VOA에, 한반도 긴장 고조가 미-중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협력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이라고 말하지만 “지금은 워싱턴이 베이징으로 가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is is an unlikely time for Washington to trip into Beijing and ask for help. Even though the argument is there, that this will serve your interests as well as ours, because nobody's interests are served by higher tension on the peninsula.”

거의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국경 봉쇄 해제 여부도 올해 큰 관심을 끈 사안입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북-중 국경 개방을 대외 관여에 대한 북한의 신호탄으로 여기며 구체적인 시기를 점쳤지만 번번이 빗나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 백신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가 북한에도 코로나 백신을 배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접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정부가 미국산 백신 제공을 적극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국무부는 최근 북한과의 외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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