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대북 외교를 모색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미북 관계 답보 상태는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올해도 양측의 입장차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 모두 국내 문제에 몰두하며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는 2022년을 맞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 현안을 짚어보는 네 차례의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집권 2년 차로 접어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과 미북 대화 재개에 대해 전망해보겠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세밀히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통해 외교를 모색한다’는 원칙에 따라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미국의 전직 관리 등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2022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앙정보국(CIA)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3일 VOA와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전략적 인내 2.0’으로 부르며, 미국은 지난해 시도하지 않은 다른 어떤 것을 할 “강력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s approach is going to be more of the same what we've seen in 2021 which is sort of like a strategic patience version 2.0…I don't see any compelling reason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to shift to something else…”
북한은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으며, 올해에도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조치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테리 국장은 특히 올해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치러지고 대외 정책은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보다 더욱 긴급한 사안들로 매우 분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올해 11월 8일 연방 상원과 하원, 주지사를 대거 교체하는 중간선거가 열립니다.
이번 중간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중반을 평가하는 동시에 2024년 다음 대통령 선거의 ‘예고전’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도 북한의 ‘무반응’과 함께 미국의 중간선거를 거론하며 올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손튼 전 대행] “I don't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probably in 2022, given all that they have going on, you know, be looking to give the North Koreans more just for the sake of talking. That would be a difficult political move for them to make it an election year…”
바이든 행정부가 “단지 대화만을 위해 북한에 무엇을 더 주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입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회복과 관련해 성공한다면 워싱턴이 그것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반응할 때까지 비핵화 협상 진전과 관련해 많은 부분이 같은 상태일 것”이라고 손튼 전 대행은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쫓아다니거나, 대화를 위해 양보나 유인책을 제공하는 데 어떤 열의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But it is also true that, in order to get U.S. support, including sanctions easing, Pyongyang is going to have to make a strategic decision to change its position on the nuclear and missile issues.Will North Korea do so?There's nothing in what we have heard so far from Pyongyang to suggest that it is prepared to make any changes to its commitment to expand and enhanc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 정권이 “주로 국내 문제, 특히 경제와 식량 상황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과의 핵·미사일 협상을 매우 높은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 경제난과 식량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제재 완화 등 미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 평양은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코비드’를 이유로 내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The challenge is that both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are both looking inward and both for the same reason: COVID-19. Both nations are worried and concerned about the new Omicron variant and have little time for any sort of long-term negotiations whereby both sides would need to offer the other important concessions to make any compromise happen."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장기 협상을 통해 타협을 이루기 위해 다른 중요한 양보를 제안해야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 어떤 종류의 대화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이 워싱턴의 반응을 불러올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과 같은 위기를 일으키지 않는 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는 “매우 조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의 ‘핵·ICMB 시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향후 몇 달 동안은 ‘제로’”라면서 “그러나 코로나 국면이 지나가면 ICBM 발사는 확실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테리 국장도 적어도 올해 초기엔 북한이 ‘주요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You know, there's the Beijing Olympics as a presidential election in South Korea. So I don't necessarily see North Korea turning into a major provocation…"
다음달 4일 시작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9일 치러지는 한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대한 도발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는 등 “충분히 절박하다고 느낀다면 도발적인 행동을 통해 워싱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테리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거리 미사일에서부터 핵실험까지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고 말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핵실험과 ICBM 등과 같은 북한의 ‘주요 도발 가능성’에 대해 전망하는 대신 북한이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관여를 원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손튼 전 대행] “That's the way they indicate that they want to engage usually…you know, stalemate, and then you have to create a crisis and then you can have talks…”
통상적으로 북한은 답보 상태일 때 위기를 조장한 뒤 대화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손튼 전 대행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다이내믹’을 피하는 것을 선호하겠지만, 북한은 위기 조장을 통해 자신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통상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상태”라면서 “북한이 어느 시점에 움직임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의 ‘신중한 접근’에서 벗어나 ‘과감한 구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첫해의 신중한 접근은 이해할 만하지만 이런 접근이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이 큰 구상을 시도하기 위한 적기”라면서 “포괄적인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부분적 제재 해제를 대가로 더 많은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제거하는 ‘주요 합의’를 제안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I favor proposal of a major deal, but short of comprehensive denuclearization, that would verifiably eliminate North Korea’s ability to build more bombs in exchange for a partial lifting of sanctions."
특히 “이런 제안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평양) 비밀 여행을 통해 탐색할 수 있다”며 이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외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높은 수준’의 관여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것을 시도하기에는 너무 신중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