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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신년기획] 2. 미 의회의 한반도 관련 기류와 주요 의제


3일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3일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미국 의회에서 지난해 북한 문제는 의제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면서 관련 법안과 결의안이 대부분 처리되지 못한 채 새해로 넘어왔습니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두고 드러난 당파적 논쟁이 계속될지 주목됩니다. VOA가 2022년을 맞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 현안을 짚어보는 네 차례의 기획 보도,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 의회의 한반도 관련 기류와 주요 의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에서 지난해 처리되지 못하고 새해로 이월된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법안과 결의안은 총 11건입니다.

이 중 의회 내 큰 이견이 없어 새해 의결이 주목되는 안건은 상원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과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감시 법안’입니다.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은 지난해 7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상원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의회의 의결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하와이주 메이지 히로노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미국 내 한인을 포함하거나 화상 연결을 통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약 2년 전에도 하원 본회를 통과했고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상원 외교위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계속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영 김 의원] “Time is not on their side, now in their late years, time is running out.”

하원에서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공화당 영 김 하원의원은 “시간은 이제 고령인 그들(이산가족)의 편에 있지 않다”며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영 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영 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지난해 상원에서 처음 발의된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감시 법안’도 의회 내 큰 이견이 없는 안건이지만 역시 상원에서 뒷전으로 밀려 본회의 심의에 부쳐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숨진 대학생 웜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주의 롭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상원 외교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억압적인 정보환경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고 북한의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상하원 외교위에 계류 중인 ‘한반도 평화 법안’과 ‘대북 인도지원 개선 법안’은 새해에도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합니다.

한인 밀집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의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반도 평화 법안’은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대북 인도지원 개선 법안’은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앤디 레빈 하원의원이 지난 회기에 이어 재상정한 것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제재 면제 규정을 수정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두 법안 모두 대북 인도지원 단체와 ‘한반도 평화’를 주창하는 민간단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의회 내 지지층은 여전히 주로 민주당 내 일부 진보 세력에 국한돼 있습니다.

따라서 두 법안이 최소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으려면 일단 적어도 민주당 주류 세력의 호응부터 이끄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미 베라 미국 연방하원 아태소위원장.
아미 베라 미국 연방하원 아태소위원장.

두 법안에 대한 심의 권한을 쥐고 있는 민주당의 아미 베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은 지난해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종전선언과 같은 문제는 다른 조치들과 함께 광범위한 대북 대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두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녹취:베라 의원] “Any declaration like that, it would have to be a part, along with others, of a larger conversation.”

이밖에 상하원 미-한 동맹 결의안과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반환을 촉구하는 2건의 하원 결의안 등이 계류 중인데, 모두 발의 이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 새해에도 처리에 진전이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회기 마지막 해인 새해에 처리되지 못한 안건은 다음 해로 이월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됩니다.

새해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표면화된 한반도 안보 현안을 둘러싼 의회 내 당파적 논쟁입니다.

한반도 문제에서만큼은 초당적이었던 미 의회에서 지난해에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전 종전선언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간 극명하게 엇갈린 당파적 이견이 드러났습니다.

민주당 측에서는 셔먼 의원 주도로 ‘한반도 평화 법안’을 지지하는 30여 명의 하원의원 중 20여 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고, 약 한 달 뒤 공화당 측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영 김 의원 주도로 30여 명의 하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종전선언 반대를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미 의회에서 한반도 안보를 두고 이례적인 당파적 이견이 표출된 배경에는 2022년 대선을 앞둔 한국의 각 진영에서 정치인과 미국 내 한인 지역사회, 자문단체 등을 동원해 미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공공 외교를 펼친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미 의회에서 한국전 종전선언 논의는 1~2년 전에도 있었지만 민주당 내 일부 진보 성향의 의원들만 지지의 목소리를 높였을 뿐 공화당 측에서는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지난해 의회에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던 양상이 새해 계속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해 의회가 우선순위를 둔 대외 현안은 중국과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였고 전반적으로는 국내 현안에 의회의 관심이 온통 쏠려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첫해인 지난해 별다른 대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북한 문제에 대한 의회의 관심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한 배경입니다.

새해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상반기 성과에 대한 여론을 가늠할 첫 시험대인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 긴장은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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