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주 동안 네 차례나 미사일 시험을 이어간 데 대해 워싱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 부문 강화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미국의 관심을 붙잡아 두는 한편, 도발을 통해 내부의 어려움을 무마하려는 의지로 풀이하는 분위기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5일을 시작으로 17일까지 북한은 새해 들어 네 차례 걸쳐 미사일 시험을 감행했습니다.
5일과 11일 자강도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며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각각 한 발씩 쐈고, 14일에는 평북 의주 부근의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 쏘면서 이달 들어서만 이미 총 여섯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특정 시기에 집중됐던 과거 북한의 미사일 시위와 비교해도 예사롭지 않은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발사된 미사일 개수는 북한의 역대 미사일 시험 중 한달 기준 세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at's the third highest number of launches in a month. They did 10 in August 2019. They did 9 in March 2020. It's unusual. They may end up setting a new record for a month if they continue at this pace.”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2020년 3월에는 아홉 발, 2019년 8월에는 열 발의 미사일을 쐈다며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배경에는 2년차에 들어간 ‘국방 부문 5개년 계획’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1년 1월 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가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해 왔습니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과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제고,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 등이 계획에 포함됐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또 17일 발사한 미사일이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전 국무부 정책자문관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은 1년 전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보인 광범위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he's doing exactly what he told us he was gonna do a year ago, January in a party meeting where he laid out the whole spectrum of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he was going to develop. And he's pretty much done it what we're seeing, and what may or may not be hypersonic weapons is an effort to build a survivable second strike with tactical weapons.”
북한이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도 사실 여부를 떠나 선제 공격을 당해도 보복 타격으로 응수할 있는 전술무기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라는 설명입니다.
군사력 증강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 같은 분석에 더해 미국의 관심을 붙잡아 두려는 북한 특유의 ‘손짓’에 무게를 두는 분석도 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사나흘 간격으로 이어진 미사일 시험은 모종의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른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연구 개발을 위해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사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is ain't about R&D anymore. This is about signaling. I mean, you're gonna get some research and development out of this, but there's no need to constantly be firing these things off, unless you're trying to do something else.”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두 차례의 미사일 시험이 이뤄진 뒤인 지난 13일 미국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I think some of this is N Korea trying to get attention. It’s done that in the past it’ll probably continue to do that.”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로 북한 경제가 극도로 어려워진 현실도 미사일 도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부적으로 난관에 부딪힌 김정은 위원장이 여전히 강력하고 형편이 좋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양보를 얻어내고자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Kim Jong Un appears to be in trouble internally. He's obviously facing some situations internally that he thinks are sufficiently demanding that he's got to try to get success by pressuring the US into negotiations and making compromises, by looking like he's superior and he's in great condition himself, doing a variety of things like that, because he's not feeding his people very well.”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화 메시지 보다는 강력한 제재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12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두 차례의 미사일 시험 직후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가담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 국적자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겨냥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 중 북한 국적자 5명에 대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를 제안했는데, 북한은 곧바로 반발 성명을 낸 뒤 두 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갔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의 올해 네 번째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북한의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단호한 입장에 대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특사]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reached out to North Korea many times in its first year in office, but its overtures have been rebuffed.”
이어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한편, 한국 등 가까운 동맹과 더불어 공동 억지와 방어력을 증강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특사] “It is responding firmly. The US has always imposed sanctions on North Korean entities, whether they're operating in China or Russia or elsewhere. The US response is twofold. On the one hand it's working with its close allies, especially the ROK to enhance their allied deterrence and defense capabilities against the North Korean threat.”
수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새해 초 집중된 북한의 무력 시위에는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에 미사일 발사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깔려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수 김 연구원] “I think it just comes to show that they want Korea, they want the United State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basically accept the missiles as a fact of life, that it's just going to be something that we live with. I guess the question now is like how is South Korea, of course, but how is the United States going to respond.”
그러면서 이제 미국과 한국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