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올 들어 벌써 다섯번째 무력시위인데, 미-한 군 당국은 세부 제원을 분석 중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25일 오전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은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발사 시간과 방향, 사거리와 속도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발사시간은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내륙에서 상당 부분 비행한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정보자산 탐지 정보를 바탕으로 세부 제원을 분석 중입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새해 들어 다섯번째 무력시위입니다.
또 지난 20일 보도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 신뢰 조치 전면 재고'를 천명하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철회를 시사한 이후 닷새 만입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파괴력은 작지만 방향을 자유롭게 바꾸면서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고 장거리 정밀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무기체계입니다.
또 발사 직후 최고점을 기록했다가 그 뒤엔 대공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밑도는 저고도를 유지하며 날아가기 때문에 발사 초기에 탐지하는 데 실패하면 추적이 어렵습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공개된 건 지난해 9월로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비행거리가 1천500km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지난해 10월 국방발전 전람회 당시 2종류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이번에도 신형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작년 10월 국방발전 전람회에 두 가지 종류의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는데요. 오늘 시험발사는 두 가지 종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한 가지 종류를 조건을 달리 해서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일과 11일엔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1발씩 시험발사한 데 이어, 14일과 17일엔 각각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과 24를 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일본과 괌까지 사정권에 넣는 전술핵 미사일의 다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것도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이고 또 이것은 나름대로 저고도로 날아가고 그리고 이것은 사거리가 깁니다. 전술핵으로 괌까지를 포함한 동아시아를 사정권으로 하는 능력 완성을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봐도 크게 틀릴 것 같지 않은데요."
북한은 지난 9월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당시 이를 전략무기라고 소개해 핵 투발수단으로 개발 중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고 각국 선수들의 선수촌 입촌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자위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무기 개발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미-중 간 전략경쟁과 미-러 간 우크라이나 갈등 상황을 무기 개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렇게 계속 쏴 대는데 별 방법이 없고 더군다나 우크라이나에 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거기다 중국은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까 북한으로선 미사일을 도발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환경이다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다만 북한이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쏜 것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성공을 고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일정 부분 고려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되지만 순항미사일 발사는 위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