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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구진, 중국과 전자과학 분야 등 공동 연구...제재 위반 여부 주목


북한 평양 김책공대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들. (자료사진)
북한 평양 김책공대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들. (자료사진)

북한과 중국 연구진이 전자과학과 화학, 나노소재 분야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함께 논문을 작성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다른 나라와 과학 분야 협력이 금지돼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에 북한과 중국의 연구진이 합동으로 연구한 논문이 포함될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에너지 소재 분야 학술지인 ‘세라믹 인터내셔널’은 이달 15일 발행을 앞둔 ‘48권4호’에 북한 김책공업대 나노물리공학 연구소 소속 홍성철, 김일성대 물리학과 우성범이 중국 선양 동북대학의 중국 연구진 2명과 함께 작성한 논문이 실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온 초전도 테이프용 SmBiO3 완충층 전구체의 열분해’라는 다소 어려운 제목의 이 논문은 개요 부분에도 “고온 초전도 테이프 완충층의 신속한 준비과정을 탐구하기 위해 완충층 전구체의 열분해와 위상 형성 동력학을 연구했다”는 식의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최초 지난해 8월 제출돼 심사를 거쳐 올해 논문 게재가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논문 작성, 더 정확히는 북한과 중국 연구진의 합동 연구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4호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채택한 결의 2270호에서 유엔 회원국이 자국민을 통해 북한의 핵 활동이나 핵무기 전달체계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 교육 혹은 훈련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어 같은 해 채택한 2321호에선 교육이나 훈련이 금지된 분야를 첨단 재료과학과 첨단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산업공학 등으로 지칭하며 2270호의 다소 모호한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위반 사항들을 감시하는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보고서에 2321호 결의 내용을 근거로 북한과 중국 연구진들의 공동 연구 행태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특히 북한과 중국 연구진이 2019년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 9편의 목록을 공개했는데,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김일성대학과 평양기계공학대, 김책공업대, 평양과기대 등 북한의 교육기관 출신 연구진이 중국 연구진과 함께 논문 작업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비록 오는 15일 공식 발간을 앞둔 북한과 중국 연구진의 논문이 직접적으로 핵과 미사일 기술을 다루진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첨단 재료과학과 전기공학 분야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수소에너지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Hydrogen Energy)에 실린 북중 합작 연구 중 그래픽 부분.
국제수소에너지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Hydrogen Energy)에 실린 북중 합작 연구 중 그래픽 부분.

문제는 전문가패널이 북중 합작 논문 문제를 지적한 2019년 이후에도 두 나라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과학 분야 논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VOA가 국제 논문 관련 웹사이트 등을 검색한 결과 지난해에만 최소 4건의 과학 논문이 북한과 중국 연구진에 의해 공동 작성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습니다.

이를 테면 ‘알카리형 연료전지’를 다루는 논문의 경우 김일성대 전자자동화학과, 평양과학대 화학생물연구소 그리고 중국 톈진대학 연구소 소속 연구진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금속원소인 망간(Mn)에 대한 열처리를 주제로 한 연구는 평양시립건축대학 화학과와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이 함께 진행했으며, ‘토양과 셰일잔류물로 소결된 규산염 합성물의 준비 및 물리적 특성’을 제목으로 한 논문에는 김일성대와 중국 동북대 연구진 5명의 이름이 실렸습니다.

국제학술지 고체화학공학 저널(Journal of Solid State Chemistry)에 실린 북한과 중국 공동 연구 그래픽.
국제학술지 고체화학공학 저널(Journal of Solid State Chemistry)에 실린 북한과 중국 공동 연구 그래픽.

그 밖에 지난해 6월 발표된 전자과학 관련 논문에는 중국 저장대와 김일성대, 김책공업대 연구진들이 공동 저자로 표기됐는데, 흥미로운 점은 중국 저장대 출신 연구진이 평양 출신의 북한 국적자라는 사실입니다.

이 역시도 북한 국적자가 해외 고등기관에서 전자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관련 기술을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일부 나라들은 이 같은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국 내 북한 유학생들에게 전과 명령 등 강제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이탈리아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 이행보고서에서 북한 국적자 4명이 국제과학대학원과 국제이론물리연구소의 통합 박사과정에 소속돼 있었지만, 결의 2321호 채택 이후 학교 측에 의해 수학과 신경과학 등 민감하지 않은 분야로 전공과목을 바꿔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역시 과학기술 분야에는 더 이상 학생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시 고고학 분야에만 학생이 남아있다고 확인했었습니다.

VOA는 대북제재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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