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북한 인권 침해문제 계발주간’에 맞춰 납북자 문제를 다루는 국제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즉각적인 전원 송환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6년 납북자 문제를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하기 위해 ‘북한 인권침해문제 계발주간’을 지정했고, 매년 관련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납북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이 고령이 되면서 납북자들의 귀환을 기다릴 수 있는 한 치의 여유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자녀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했던 아리모토 카요코씨가 올해 2월, 요코다 시게루 씨가 올해 6월에 각각 딸인 게이코 씨와 메구미 씨와의 재회를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가토 관방장관은 북한의 납치 문제 해결은 일본의 주권과 일본 국민의 생명 및 안전에 관련된 일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최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통화에서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 사안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1977년 북한에 의해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 씨의 남동생 타쿠야 씨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독재자들이 도달한 운명이 어떤 것이었는지 직시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남아 있는 모든 납북 피해자들을 모두 귀환시킬 때까지 가족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인권 문제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용기를 낸다면 북한은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서 가족들을 돌려 보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1978년 납북된 다구치 야에코 씨의 아들 이즈카 코이치로 씨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납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도 이 문제를 피력했다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효과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아직까지 납북자들을 되돌려 보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사망하면 이 문제에 대한 여론도 잠잠해져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어설픈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납치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국내외적으로 전면적인 호소에 나설 각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온 뒤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도 미국에서 인터넷 화상 연결을 통해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입니다.
[녹취: 신디 웜비어 씨] “We sued North Korea in our federal judiciary system and won the case. This can be done in Japan, and holding North Korea responsible legally will be as successful as it can be, without having to deal with North Korea through diplomacy.”
자신들은 북한을 미국 연방 사법 제도 안에서 고소했고 소송에서 이겼으며, 일본에서도 이 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법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은 북한을 외교를 통해 접촉하지 않고서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인터넷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한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가족회’ 대표도 자신의 아버지 황원 씨를 포함한 납북 피해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하루 빨리 돌려보내 줄 것을 북한에 강력히 호소했습니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북한의 납치 문제가 현재 진행 중인 엄중한 인권 유린 사안이라며, 북한이 가족들을 즉각 송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