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요 기념일을 앞두고 평양의 열병식 훈련장에서 소규모 대열이 포착돼 주목됩니다. 훈련장 곳곳에 인력이 동원된 듯한 움직임이 관측되는데, 예년에 비해 규모가 작아 실제 열병식 개최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병력의 대열로 보이는 점 형태의 무리가 포착됐습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7일자 사진에 점 형태로 나타난 이들 대열은 약 8개로, 훈련장 중심부와 중앙 도로 부근 등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비슷한 흔적은 지난달 초부터 훈련장 여러 구역에서 꾸준히 관측되고 있습니다.
각 대열에 도열한 병력 수를 50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추정한 위성사진 전문가들의 이전 감식 결과를 고려할 때 열병식 훈련장에는 현재 약 400명에서 최대 2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눈이 온 직후에도 광장 격인 중심부와 행렬이 이뤄지는 도로 등에 제설작업이 이뤄진 점으로 미뤄볼 때, 병력들이 훈련장에서 한달 넘게 특정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열병식을 위한 훈련인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무엇보다 과거 열병식을 앞뒀을 때와 전반적인 병력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열병식 훈련에 한창이던 지난해 1~2월과 8~9월 혹은 그 이전에는 이 훈련장에 병력들이 만든 사각형 점 형태의 대열이 약 30개 발견됐고, 훈련장 북서쪽 공터에도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열이 10개 이하로 규모가 적고, 또 공터에도 차량대신 아직 눈이 쌓여 있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열병식 훈련장에서 발견된 소규모 병력이 어떤 이유로 이곳에 모여 대열을 편성해 훈련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는 불확실합니다.
통상 북한의 열병식을 앞둔 시점에 대규모 인파가 발견되는 김일성 광장도 아직까진 한적한 모습입니다.
과거 김일성 광장은 열병식을 앞둔 주말마다 많은 군중이 들어찬 모습이 관측되곤 했지만, 주말인 지난 5일과 6일 광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인파 대신 콘크리트 바닥 색상인 옅은 회색만 두드러집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과 4월15일의 김일성 생일 110주년 행사 준비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한국 언론 매체들은 지난달 한국 군 당국을 인용해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하면서, 이달 혹은 오는 4월 중 열병식 개최 가능성을 제기했었습니다.
다만 한국 합참은 7일 북한 내 주요시설에서 열병식 준비활동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따라서 한국 군 당국은 지난달 열병식 훈련장의 소규모 병력 집결을 열병식 준비 정황으로 해석했다가, 이 해석을 뒤집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북한의 열병식 개최 가능성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한 당국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월14일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을 통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추정되는 ‘북극성-5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불리는 KN-23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정권수립 기념일인 지난해 9월9일 열병식은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신형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