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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북 정제유 공급량 3개월 넘게 보고 안 해…불법 반입 정황 연이어 포착


중국 북동부 지린의 정유시설. (자료사진)
중국 북동부 지린의 정유시설. (자료사진)

중국 정부가 3개월 넘게 유엔에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대북 정제유 공급양이 안보리 상한선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보고분과 불법 밀수를 통한 정제유를 합친다면 실제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북한 반입이 공식 신고된 정제유 양은 약 3만8천 배럴입니다.

이는 유엔 안보리가 허용한 연간 상한선 50만 배럴의 7.67% 수준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유일한 나라인 중국의 월별 보고치를 합산한 것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매월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에 유류를 반입한 나라들로부터 해당 수치를 전달받아 이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상한선 초과 여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반입됐다고 신고된 정제유 총량 3만8천 배럴에는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중국의 공급량이 빠져 있어, 실제 반입분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매월 중국이 공급한 양을 공개하고 있지만, 9월 이후 공급분을 나타내는 칸을 비워 둔 상태입니다.

중국이 보고를 미루고 있는 건지, 아니면 실제 반입량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표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중국이 보고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중국은 9월부터 12월까지 약 35만 달러어치의 유류제품(HS 코드 2710)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비록 금액이 낮지만 여전히 유엔 안보리에 보고 의무가 발생하는 유류 수출액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대북 정제유 반입량을 최대 3개월 넘게 보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각 유엔 회원국들이 매월 마지막 날까지의 월별 보고량을 다음달 마지막 날까지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9월 정제유 공급량은 10월 31일까지 보고됐어야 하며, 가장 최근인 12월의 공급량도 지난달 31일까진 안보리에 전달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보고를 마친다고 해도 지난해 북한에 공식 반입된 정제유의 양은 안보리 상한선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보리가 공개하는 자료에는 북한이 불법 공해상 환적과 같은 방식으로 확보한 유류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밀수한 정제유를 합친다면, 북한에 정해진 상한선을 올해도 넘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VOA가 북한의 불법 유류 획득 정황을 일부 유추해 볼 수 있는 북한 남포 항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하반기를 중심으로 북한에는 유류 반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관측됐습니다.

특히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 남포의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는 지난 하반기 동안 최소 유조선14척이 드나들었습니다.

육지에서 약 150~20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남포 해상 유류 하역시설은 과거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의 불법 유류 활동을 지목한 곳으로, 북한 선적은 물론 제 3국의 유조선이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유류를 하역하는 모습이 포착된 곳입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남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곳곳에 선박들이 정박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지난해 10월 북한 남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곳곳에 선박들이 정박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통상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한 바 있는데, 지난 하반기 남포 하역시설을 드나든 유조선 14척에 적용할 경우 북한이 최소 14만에서 최대 42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해상 유류하역 시설 외에도 남포 내 다른 유류 부두를 운영하고 있고, 함흥과 청진 등에도 다수의 부두가 마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북한이 확보한 정제유 규모는 이보다도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가들은 공해상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에 대한 단속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해상 불법 활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한 동안 잠잠했지만 최근 서방국가의 초계함 등에 포착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 해군은 지난달 20일 초계함 타마르함이 동중국해에서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믿어지는 선박의 증거를 수집했다고 밝혔으며, 캐나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사이 선박 간 환적 중인 선박 24척을 포착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현재 동중국해 일대에선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의 초계기와 호위함 등이 대북제재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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