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통의 도전에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번영의 기회를 찾는 것이 쿼드의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쿼드 가입 여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쿼드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호주 방문 첫 날인 10일 공개 발언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호주 ABC 방송 ‘730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의 긍정적인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The Quad fundamentally is about presenting an affirmative vision and affirmative action to deal with some of the main challenges of our times as well as to find opportunities and to make the most of them.”
“쿼드는 근본적으로 이 시대의 주요 도전들을 다루기 위해 긍정적인 비전과 긍정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며, 동시에 기회를 찾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동 대응, 신기술에 관련된 규범과 기준 정립, 공급망 다양화를 통한 경제 회복력 강화 등에도 쿼드가 역할을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네 나라가 가진 재능, 자원, 기술을 합치고 잠재적으로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는 호주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는, 쿼드가 특정 국가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며 “수십년 간 평화, 안전, 기회를 뒷받침한 규범과 원칙이 도전을 받을 때 이를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호주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쿼드, 오커스 등의 협의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세기의 상당 부분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형성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곳에 와서 접촉하고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정확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 “So we’ve spent the better part of the last year revitalizing, reinvigorating, and reinventing those partnerships, those alliances, and those coalitions of countries. And nowhere is that more important than here in Australia and in the Asia Pacific more broadly, with AUKUS, with the Quad, with our own alliance with Australia. We are putting these partnerships, these alliances to the service of actually making progress on the issues that matter to our people, and that’s what we’re all about.”
블링컨 장관은 “협력관계와 동맹, 연대를 활성화시키고, 활기를 불어 넣으며, 재창조하는데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다”며 “오커스, 쿼드, 미국-호주 동맹 등을 감안했을 때 호주와 더 넓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보다 이러한 협력관계가 더 중요한 곳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협의체와 동맹 관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에 실질적인 진전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쿼드 국가들과 협력 확대해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0일 VOA에 차기 한국 정부가 쿼드 가입 문제를 국익을 따져 신중하게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가입과는 별도로 쿼드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한국은 분명히 쿼드 회원국들과 더욱 관여해야 하며 그것은 꼭 가입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중 보건, 공급망, 신기술, 해양 안보, 사이버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회는 한국의 국익과 가치와도 접점이 있으며, 명시적으로 중국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으로부터 더욱 독립하고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So the opportunities overlap with South Korea’s national interests and values, and that’s the reason. And they can get more leverage and independence from China without actually doing something that’s explicitly against China.”
특히 안보동맹인 오커스와 달리 쿼드는 코로나 백신 공급 등 ‘긍정적인 현안’을 추진하는 연대인 만큼, 중국이 ‘날카롭게 공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한국이 이미 쿼드의 목적과 현안들에 연대하고 있다는 점이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잘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 공급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의 문제에서 이미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의향을 한국이 밝혔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쿼드 가입을 결정하든 안 하든,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계속해서 쿼드와 긴밀히 연대하고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it’s more important for South Korea to continue to align itself with and actively voice its views on the Quad related issues, regardless of whether or not South Korea decides to join it.”
아울러 “한국이 미국과 양자 협력을 추진하면서 의도치 않게 중국의 보복의 위험이 높아지는지, 같은 행동도 다자적 맥락에서 추진할 경우 중국의 보복으로부터 추가적인 완충 장치가 생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쿼드 가입 신중히 결정하고 번복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쿼드 가입 문제는 스스로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현재 한국 국내 정치적 문제가 됐기에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한국이 쿼드와 관련해 내린 결정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실망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특히 미국이 동맹관계를 고려해 한국에 쿼드 가입을 적극 권유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What we don’t want is to make a request that is public and then also be declined because that essentially implies that the South Koreans don’t want to be even in this loose association because it might be perceived as anti-China. And we don’t want China get the sense that there’s any ability to drive a wedge between the ROK and the U.S.”
오핸론 연구원은 “미국이 원하지 않는 상황은 공개적인 쿼드 가입 요청을 한국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이라며 “행여나 반중국적 움직임으로 여겨질까봐 한국이 쿼드와의 느슨한 연대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미한 관계를 갈라놓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미국은 한국에 많은 시간과 여유를 주고 스스로 국익을 따져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이 쿼드에 가입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5년 뒤에 탈퇴하는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지금 일시적으로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졌다고 해서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think the key point though is that we do not want to pressure South Korea into joining the Quad. We also don’t want Korea to just join the Quad because of its current sliding relationship with China.”
맥스웰 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에 쿼드 가입을 압박하고 싶어하지 않고, 당장 중국과 관계가 악화됐다고 해서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쿼드는 자유 국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제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한국이 자국에 최선의 이익을 주는 면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