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금융당국이 자국 내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강도 높은 감시체계를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때 북한의 우호국이었지만 북한 석탄을 압류하고, 불법 행위에 연루된 선박을 되돌려 보내는 등 대북제재 이행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2일 공개한 베트남에 대한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방지 상호 평가 보고서’에서 베트남 당국이 북한인들의 32개 은행 계좌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계좌는 주로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소유인데, 이들이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불법 거래를 하는지 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북한 계좌가 불법 활동에 연루돼 폐쇄된 사례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베트남 당국이 지난 2017년 3월 28일 32개 계좌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대사관 직원이 상업 활동에 연루된 거래를 확인했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거래가 이미 끝난 상태여서 관련 자금에 대한 동결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대신 이 거래와 연관된 3개의 계좌를 폐쇄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 외교관들이 불법 활동에 연루된다는 각국의 보고가 잇따르자 2016년 채택한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 공관과 외교관이 은행 계좌를 1개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베트남 당국뿐 아니라 금융기관도 북한 관련 거래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베트남의 한 은행의 경우, 북한과 연관된 고객의 계좌를 확인한 직후 곧바로 계좌를 동결하고 이 내용을 당국에 신고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해당 거래는 이후 대북제재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계좌 동결 조치는 해제됐는데, 베트남 당국은 이를 북한인들에 대한 강도 높은 은행 규정을 적용하는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그 밖에 베트남 거주 북한인들의 사업이나 북한과의 무역 거래에 여러 조치가 취해진 사실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북한이 소유하고 운영했던 몇몇 사업체를 폐쇄하고, 일부 북한인들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산 물품을 실은 선박들을 차단한 것은 물론, 압류한 북한산 석탄이 2천t에 달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북한 석탄 거래에 연루된 선박 ‘탄팟 36’호는 지난 2019년 5월 등록이 취소됐으며, 2018년 베트남 해역에서 발견된 제재 선박 ‘후아 푸’ 호는 베트남 해양경비대에 의해 베트남 해역 밖으로 쫓겨났다는 겁니다.
북한과 베트남은 1950년 수교를 맺은 이후 1964년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혈맹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또 북한은 베트남 전쟁에 파병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13년엔 베트남 경찰의 훈련 프로그램을 북한이 이끌었다는 국제사회 지적이 제기될 정도로 두 나라의 군사적 교류도 활발하게 유지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은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 두터웠던 두 나라의 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 역시 두 나라의 관계를 ‘과거형’으로 명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베트남은 과거 북한과 외교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었지만, 현재 베트남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차단하는 데 진전을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베트남 당국이 대북제재와 관련된 일부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제재 이행에 미흡한 모습도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또 베트남에는 정밀 금융 제재 이행과 관련된 법적 틀이 마련돼 있지만 이를 신속히 이행하는 데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면서, 특히 제재 대상자들의 자금을 동결하고 거래를 금지하는 절차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전 세계 나라들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를 비롯한 자금세탁 방지 이행 노력을 평가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대한 자금세탁방지기구의 상호평가 보고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