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 사용을 고려 중인 명확한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오히려 이같은 주장은 "푸틴(러시아 대통령) 자신이 그것들을 사용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가짜 깃발 작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과 유럽에서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포함한다"며, "진실이 아니"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 '가짜 깃발' 작전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은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며 공격할 빌미를 조작해내는 군사적 수법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를 갖고 있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두 가지 모두(생물무기와 화학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명확한 징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국 주요 기업 대표들에게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린 상태"라며,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미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을 모색하고 있는 진전된 첩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는 이 위협을 혼자서 방어할 순 없다"며, "대부분의 미국 주요 인프라는 민간 부문이 소유·운영"하고 있어, 소유자와 운영자가 사이버 안보 강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 미국 대사 초치 "양국 관계 파탄 기로"
러시아 외무부는 21일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 데 항의하는 목적입니다.
러시아 외무부 측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청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 양국 관계가 파탄 기로(on the verge of breaking)에 있다"는 내용의 외교공한을 설리번 대사에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설리번 대사에게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행동은 단호하고 굳건한 대응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경고했다"고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켜 "그는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다음날(17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살인 독재자'와 '완전 폭력배'로 호칭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에 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은 자명하다"면서, "진심에서 말한 것이고, 우리가 TV를 통해 본 것을 토대로 얘기한 것"이라고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이어 독재자(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만적이고 끔찍한 행위가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해 앗아가고 임신한 여성과 언론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사키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군, 비무장 시민들에 발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6일째인 21일, 민간인 피해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남부 거점도시 헤르손에서 침공 항의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향해 러시아군이 발포했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밝혔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현장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러시아 전범들이 비무장 주민들을 향해 사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은 침략자들에 맞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에는 시민들이 모인 광장에서 소총 사격 소리가 들린 뒤, 피흘리며 쓰러진 노인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한 발사체가 주변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여러 명이 달아나기 위해 뛰는 장면도 들어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이 사건이 "러시아의 추착한 얼굴"이라며, "인류의 수치"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상자 규모 등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장악한 거점 도시입니다. 이 곳 주민들 대다수는 러시아군 통제에 따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시위를 벌이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지를 표시해왔습니다.
◼︎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 오데사 폭격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이날(21일) 우크라이나 남서부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를 직접 공격했습니다.
오데사 시 당국은 이날 오전 러시아군이 도시 외곽 주거 지역을 포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포격은 흑해 연안 러시아 함정에서 날아온 발사체에 의한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시내 아파트 등이 파괴된 가운데,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약 10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오데사는 수도 크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또한, 철광석과 농산물 등을 수출하는 최대 물류항이 자리잡은 곳으로 흑해로 통하는 전진 기지입니다.
오데사를 러시아군이 공격해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로선 사실상 바닷길이 막히는 상황입니다.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에 가까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이 앞서 러시아군에 넘어갔고, 남서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함락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해상 군수 물자 조달과 무역이 어려워지도록, 전략적 차원에서 이곳을 노리고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그리고 유럽 주요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차단하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수출입 경제에 타격을 주는 효과를 러시아가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함락 임박' 마리우폴 최후통첩
러시아는 전날(20일)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거부했습니다.
러시아 합동참모본부 산하 국가국방관리센터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리우폴을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으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무기를 버린 모든 자들은 마리우폴로부터 안전한 이동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밝히고, 두 시간 동안 도시를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그 뒤에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 장병은 모두 군사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서 모스크바 시간 21일 오전 10시부터 마리우폴 동쪽과 서쪽으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놓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오전 5시까지 무장 해제와 인도주의 통로 운영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거부 입장을 통보했습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러시아에 이를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친러시아 반군 활동지역인 도네츠크주 최남단의 마리우폴은 개전 초반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세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쉽게 함락되지 않자 러시아군이 포위 고립 전략을 몇주째 진행하면서 민간인 대피 장소 등에 무차별 포격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친러시아 반군들이 시내 중심부까지 밀고 들어가면서 교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군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19일) "마리우폴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조만간 함락될 수 있다는 전망을 VOA에 내놨습니다.
러시아군이 앞서 장악한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에 이어 마리우폴까지 점령할 경우, 크름반도에서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까지 연결해,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완전히 차지하게 됩니다.
◼︎ 북부 지역 진격은 정체
북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수도 크이우를 향한 지상 진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공습을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0일 CBS 주간 시사프로그램 '페이스더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지상군은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군대를 약화시켰고, 우리가 제공한 장비와 무기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하고,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굳은 결의가 한 몫했다"면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18일 러시아 지상군이 진입 시도 중인 크이우 방향 주요 경로 2곳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크이우를 남북으로 나누는 드니프로 강 좌우 양쪽에 있는 방어선을 강화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았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이 크이우 북동쪽 브로바리와 남동쪽 보리스필 주변에서 공세를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공습에 맞선 방공시스템 구축 등 세 번째 방어선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바이든-유럽 지도자 통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재확인하는 한편, 러시아군의 민간인 공격을 비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주요 현안을 논의하며 이같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백악관이 설명했습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통화에서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 등 잔혹한 전술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안보·군수 지원과 피란길에 오른 수백만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인도주의 원조 등 논의했고, "정전을 이루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돕는 최근의 외교적 행보를 검토했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상황 공유 등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기로 하기로 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주요국가 정상들을 직접 만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입니다.
◼︎ 개전 후 첫 유럽 방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향합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을 위한 긴급 정상회의를 24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의제 중 최대 관심사는 우크라이나에 국제평화유지군을 파병하자는 폴란드의 제안입니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집권당 대표는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나토나 그보다 더 큰 국제기구 차원의 평화유지 임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나 나토 병력이 우크라이나에서 직접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못박았기 때문입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0일 CNN 주간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 나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은 이밖에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직접적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구들도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도 우크라이나 직접 파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 에너지 제재 EU 동참 여부 주목
바이든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 외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해당 일정에서는 EU 차원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EU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에 대한) 5차 제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을 어떤 식으로 명명할지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EU는 지난 11일 발표한 대러시아 4차 제재에서 철강 등 수입을 막고 사치품 등 수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5차 제재에서는 러시아산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가 주요 현안입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단행했으나,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영국 외에는 동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EU 회원국이 아닙니다.
모든 EU의 제재에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려면 현재 의장국인 프랑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500만명이 넘는 난민이 달생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내 상황이 악화된다면 제재에 금기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11일 바르세유에서 개최한 EU 정상회의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이웃나라 폴란드행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브뤼셀 방문 이후 25일 폴란드로 향합니다.
다음날(26일)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이 밝혔습니다.
폴란드는 개전 무렵부터 지금까지 200만 명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받아들였습니다.
피란민을 가장 많이 수용해 다른 유럽국가들의 완충지 역할을 하는 만큼, 지원을 포함한 대응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맞댄 나토 최전방이란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에 반대하는 세계를 규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