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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당선인 "북한 방사포 발사 9.19 합의 위반"...국방부 "합의 위반 아냐"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이 최근 서해상으로 방사포를 발사한 데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발사 지점 등을 근거로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첫 간사단 회의를 열어 북한 도발이 올해만 해도 11번째인데 방사포는 이번이 처음 아니냐며, 지난 20일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방사포는 9·19 위반 아닙니까? 이건 명확한 위반이죠.”

윤 당선인 그러면서 “이런 안보 상황에 대해서 빈틈없이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북한 군은 앞서 지난 20일 오전 7시 20분 전후로 약 1시간에 걸쳐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한국 청와대는 같은 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관계차관 회의를 열고 발사체 세부제원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최근 방사포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북한 방사포가 9.19 군사합의 파기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북한의 방사포 발사 지점과 관련해 서 장관은 “서해 쪽”이라며 다만 9.19 군사합의상 해상 완충구역보다 훨씬 북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그러나 정확한 발사와 낙탄 지점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발사 지점으로 알려진 평남 숙천 일대는 평양 이북에 있는 지역으로, 9.19 군사합의로 설정한 해상완충구역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해상완충구역은 서해 한국 측 덕적도 이북에서 북한 측 남포 인근 초도 이남까지 135㎞ 구간입니다.

이 수역에서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포의 포문을 폐쇄하고 해안포 사격 행위 등을 금지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앞서 지난 2019년 1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인 창린도에서 이뤄진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국방부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북한의 행동은 9.19 합의 전문에서 강조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는 군사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윤 당선인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한 표현의 진의가 군사합의 정신을 위배했다는 의미라는 설명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큰 틀에선 남북간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게 9.19 군사합의의 기본 목표 아닙니까. 그런 면에선 윤 당선인의 발언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죠. 그러나 조금 더 정확하게 윤 당선인이 말하려고 했다면 9.19 군사합의 정신의 위반이다라고 얘기를 했으면 더 맞았겠죠.”

김은혜 대변인은 북한은 올해 이미 10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 위협 등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며 이미 10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한 상태에서 방사포를 발사했으므로 긴장 고조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또 북한이 방사포 발사 장소와 낙하 지점이 명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방사포 발사가 9.19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북한 감싸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국방부의 입장을 비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대통령 당선인 측과 현 정부 간 소통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며 국방부의 당선인 측에 대한 주요 현안 실시간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방사포가 서해상에서 이례적으로 발사됐고 그에 따라서 NSC가 열린 이상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좀 크다는 의혹이 많았지만 국방부가 그에 따라서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국방부가 상세히 설명하면 해결될 것을 시간을 끌다 보니까 남북군사합의 위반사례로까지 와전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 서해상으로의 방사포 발사가 군사합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더라도 합의 파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선 북한 또는 외교 문제에 대해 대통령 당선인의 언행이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취임 전부터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는 발언은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신정부와 북한의 관계가 초기부터 강대강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물론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거나 도발을 할 경우엔 강대강으로 원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는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좀 더 주력할 필요가 있고요.”

박원곤 교수는 안보 문제를 둘러싼 현 정부와 새 정부간 기본적인 인식 차에서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이 지나치게 정치쟁점화 하면 북한 문제를 대응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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