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18년 폐쇄했다고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활발한 핵실험 사전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최근 미한 군 당국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됩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재가동 중임을 시사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이 밝혔습니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4년 반 동안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전 위원은 상업용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한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내 4개 갱도 중 과거 핵실험에 사용된 적이 없는 3번 갱도로 통하는 남쪽 입구에서 활발한 핵실험 사전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3번 갱도 남쪽 입구 주변 행정구역 내에서 차량 통행 등 활동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 포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3월 촬영된 사진에서는 남쪽 입구 주변의 철거된 건물 부지에 통나무와 흙더미가 쌓여 있는 모습이 새롭게 발견됐으며 차량과 인원 움직임도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통나무를 시설물 건설과 갱도 굴착 등에 사용한 만큼 북한이 갱도 복원을 결정했다면 인근에 통나무나 목재들이 보일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3월 4일과 16일, 23일에 촬영된 또 다른 위성사진에서는 남쪽 입구 주변에서 발굴 흔적과 건설, 개조 활동의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남쪽 입구 주변의 반파된 건물 지붕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분적으로 수리가 된 흔적과 새 건물 건설 현장 모습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 새 건물 옆에서 방수포로 덮인 삼각형 구조의 물체도 새롭게 발견됐다며, 이 물체는 지난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전까지 1, 2번 갱도 굴착 관련 건물이 있던 위치에 놓여 있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 건물과 방수포로 덮인 물체는 3번 갱도 남쪽의 2차 입구를 위한 굴착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핵실험장 남쪽의 지원 시설 주변에서도 눈이 제거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들 시설이 현재까지도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다른 갱도들이 위치한 북쪽과 서쪽 입구 주변에서도 차량 통행 등의 움직임은 계속 관측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남쪽 입구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갱도 복원 활동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쪽 입구 주변에서의 활동 움직임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를 재가동했거나 재가동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며, 향후 핵실험에 사용할 남쪽 입구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미한 군 당국의 평가와도 일치합니다.
지난 28일 한국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폭파된 입구를 복구하는 대신 갱도 내부로 가는 새 통로를 굴착하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북한은 내부로 들어가면 두 갈래 갱도로 나뉘는 이중 구조를 가진 3번 갱도를 입구부터 두 갈래로 나뉘기 직전까지 약 100m 가량 폭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 군 당국은 현재 속도라면 한 달 정도면 갱도의 완전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고서는 이번 위성사진 분석 결과는 북한이 짧은 기간 내 갱도를 복원하기 위해 새 진입로에서 일종의 지름길을 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한국 군 당국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면서,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재개하기 위해 남쪽 입구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