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과 무역 기록을 남긴 10여 개 나라가 한국과의 무역액을 혼동해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제사회에 보고된 북한 무역액이 상당 부분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첫 9개월간 북한과 무역 기록을 남긴 나라가 46개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나라는 자체 세관 기록을 취합해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북한의 대외 무역액은 약 2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패널은 이 같은 수치에 상당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과의 세부 거래 내역에 대한 전문가패널의 질의에 일부 국가는 한국과의 무역을 북한과 한 것으로 잘못 표기했다고 해명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북한과 무역을 한 64개국 중 무역 수치에 오류가 있다고 확인한 나라는 14개입니다.
이 가운데 아르메니아, 불가리아, 캐나다, 크로아티아, 중국, 덴마크, 에스와티니, 룩셈부르크, 터키, 영국 등은 구체적으로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도 한국에서 수입된 7천 달러어치의 전자제품을 북한에서 온 것으로 잘못 신고했다고 전문가패널에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실수를 시인한 나라의 물품 액수를 더할 경우 전체 무역액에서 약 520만 달러가 줄어들며, 아직 해명을 하지 않은 나라의 액수까지 합치면 더 큰 금액이 총액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외 무역액으로 알려진 수치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패널은 국제사회가 이런 오류를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많은 나라가 2021년 북한과의 무역 활동을 무역 자료의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면서 이들 나라가 세관 신고 과정에서 잘못된 국가 코드를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상당수 나라가 실제 무역국인 한국의 국가 코드 ‘KR’ 대신 북한에 적용되는 국가 코드 ‘KP’를 잘못 입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패널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둘 다 K로 시작하는 한국과 북한의 국가 코드가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편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9월 오류가 수정되지 않은 북한의 수입액은 1억5천704만 달러이며, 북한의 수출액은 4천776만5천 달러입니다.
이 기간 북한과 가장 많은 무역액을 기록한 나라는 전체 무역액의 90%에 달하는 1억8천532만 달러의 무역 기록을 남긴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다음으론 무역액 667만 달러를 기록한 아프리카 나라 잠비아가 무역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태국과 영국이 각각 171만 달러와 153만6천 달러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중 잠비아는 전문가패널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태국의 경우 세관 서류에 오류가 있어 이 수치를 수정했다고 전문가패널에 밝혔습니다.
또한 영국도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기재해 생긴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