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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유된 한국 선박 3척 더 확인...2~3년 사이 최소 6척 불법 매각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리홍'호 (북한명 '도명'호)의 모습. 한국 인천을 출발한지 9일 만인 2019년 12월 23일 북한 송림항에 정박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리홍'호 (북한명 '도명'호)의 모습. 한국 인천을 출발한지 9일 만인 2019년 12월 23일 북한 송림항에 정박했다.

한 때 한국 소유였지만 단기간 내에 북한으로 매각된 선박이 추가로 3척 더 확인됐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불과 며칠 만에 북한 항구에 모습을 드러낸 뒤 불법으로 석탄을 싣거나 또 고가의 차량을 북한으로 운송하기도 했는데, 최근 2~3년 사이 유독 한국 선박을 중심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9년 12월 14일 8천 773t급 화물선 ‘리홍’호는 한국 인천항을 떠나면서 한국 항만당국에 중국 스다오항을 목적지로 신고했습니다.

리홍호는 당시 파나마 깃발을 달고 있었지만 선주와 운영주의 국적이 모두 ‘대한민국’으로 표기된 사실상 한국 선박.

그런데 인천을 떠난 지 약 9일이 지난 2019년 12월 23일 리홍호는 북한 송림항에서 포착됐으며, 며칠 만에 국제사회 선박 등록 시스템에 북한 ‘자성무역회사’ 소유의 ‘도명’호로 이름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한국 회사 소유의 중형 화물선이 한 순간에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겁니다.

이처럼 VOA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최근 몇 년 간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했다고 지목한 선박을 조사한 결과 한 때 한국 소유 혹은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선박들이 북한에 매각된 사례가 최근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3월 발행된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북한 소유가 된 유조선 ‘오션 스카이’호와 ‘신평 5’호가 매각 직전까지 한국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차항지를 ‘북한’으로 기재해 논란이 일었던 ‘뉴콘크’호도 한국을 떠나 본격적인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하기 전까진 한국 선박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후 VOA가 한국 정부의 입출항 정보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등록 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리홍호를 비롯해 최소 3척의 북한 선박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회사에 의해 매각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된 겁니다.

리홍호의 경우 한국을 출항한 2019년 12월 14일과 북한에서 모습을 드러낸 23일 사이를 전후해 북한 혹은 제 3국의 북한 위장회사 등과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패널은 리홍호가 북한 송림항에 입항한 사실과 별도로 북한산 석탄을 중국 저우산으로 운송하는 등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여러 차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리홍호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권고한 상태입니다.

또 현재 ‘지유안’호 혹은 ‘창롱’호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선박은 2019년 10월과 11월 각각 북한으로 벤츠 차량 2대와 전자제품이 가득한 컨테이너를 옮기면서 제재 위반 행위가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선박 역시 불법행위가 포착되기 약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깃발을 달고 또 한국 선주에 의해 운영돼 온 ‘서니 시더’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선박은 2019년 8월 12일 부산항을 떠난 기록을 남겼는데 약 3일 뒤인 15일 한국 선주가 홍콩 회사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 밖에 2020년 10월부터 북한 선적을 갖게 된 ‘수령산’호도 같은 해 7월 16일까지 여수에 머문 기록을 남긴 선박으로, 당시 카메룬 깃발을 달고 있었지만 한국의 한 해운회사가 선주였습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앞서 VOA가 확인한 3척에 이어 추가로 3척의 한국 선박이 2019년과 2020년 사이 집중적으로 북한으로 넘어간 겁니다.

특히 한국을 떠난 뒤 곧바로 북한으로 넘어간 점으로 미뤄볼 때 일정 기간 제3국에서 운영된 후 재판매 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실제 사용을 목적으로 제3국 소재 위장회사 등을 통해 한국 선박을 구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한국은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선박을 포함한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북한과 선박 등을 거래할 때 미리 재무부와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위에서 유엔과 한국, 미국의 제재를 회피한 채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다시 태어났는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한국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 선박들이 북한에 매각된 사례가 빈번히 관측되는 것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선박의 해외 매각 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에 연루되지 않도록 선사 등에 대한 계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매각 시 사전에 선박의 최종 목적지, 사용자, 중개인 등의 신원과 과거 거래기록 정보 등을 확인하고, 선박 매매계약서 체결 시에도 구매자로부터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활동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유독 한국 선박을 구매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VOA가 최근 대북제재 위반에 가담한 선박의 출신국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 주변 나라 중에선 중국을 제외하고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앞서 선박 업계 전문가인 이동근 우창해운 대표는 사용 기한이 짧아 중고 거래가가 높은 일본 선박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한국 선박이 북한 당국에 대안으로 떠올랐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이 구매한 한국 선박 대부분이 중량톤수 1만t 이하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런 크기의 매매 계약이 이뤄질 때 한국 정부와 한국의 선박 판매자 등은 자금 출처 등을 신중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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