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금강산 한국 시설에 대해 일방적인 철거에 나선 것은 출범을 앞둔 한국의 새 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이 북한의 대외적인 고립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북한 당국이 지난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거를 지시한 금강산 한국 측 시설과 관련해 해금강 호텔과 아난티골프장 등을 철거하는 정황이 잇따라 포착된 데 대해 경제적,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남북 협력사업으로서의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일찌감치 독자 개발 방침에 따라 철거에 나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상당 기간 남북관계가 재개되기 힘들고 거기에 따라서 금강산 관광의 미래도 극히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쪽과의 관계에 의존해서 경쟁력 있는 관광지를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판단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한국 쪽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이 대미 대남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올 초부터 펴고 있는 강경책의 일환으로 평가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강산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국내 수요 말고는 없거든요. 그런데 국내 수요라는 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사실 저런 행동은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 그러니까 결국 1월부터 시작된 모라토리엄 파기, 실제로 파기했죠. 3월 24일 화성 17형으로. 여기에 따른 대남 압박의 강화 차원으로 이렇게 봐야겠죠.”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다음 달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윤석열 새 정부와 향후 긴장이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압박 카드를 순차적으로 꺼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형중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의 신정부를 상대로 앞으로 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예를 들면 조평통도 해체하는 식의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식의 시그널을 더 확실하게 하는 효과가 있겠죠.”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엔 외자 유치를 통해 여러 경제 특구들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기치로 외부와의 문을 닫고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흐름으로 역행하고 있다며,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가 국제사회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형석 / 전 한국 통일부 차관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부정적이죠. 그런데 외자 유치의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라는 거죠. 그러면 어차피 스스로 해야 하는 건데 외자 유치 눈치 보고 할 필요는 없겠다라는 차원이 강하지 않나 싶어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대외 관계에서는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집중하고 내부적으로는 사상 통제를 강화하면서 체제 유지를 위해 고립을 자초하는 통치술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