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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 화학무기금지협약 준수 다짐… “북한, 화학무기로 김정남 암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미 국무장관이 화학무기금지협약 발효 25주년을 맞아 북한이 화학무기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화학무기를 모두 제거하고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결의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발효 25주년’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전 세계가 여전히 화학무기의 망령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리아, 러시아, 북한 등이 최근 몇년 사이에도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과 국제 테러조직 ISIS가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러시아 정부는 영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블링컨 장관은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시리아가 여전히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학 무기를 거듭 사용하고 있는 아사드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협약 불이행과 거듭된 화학무기 사용, 계속된 아사드 정권 비호에도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쓴다면 중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발효 25주년’을 맞았다”며 “미국은 25년 간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해 세계에서 화학무기를 없애고,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어떤 상황에서든 화학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와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5주년을 맞아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준수 의지를 새롭게 하고, 미국의 안보에 대한 이 협약의 중요성을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잘리나 포터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전화 브리핑에서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발효 25주년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과 같은 언급을 했습니다.

[녹취: 포터 수석부대변인] “In recent years, the world has witnessed chemical weapons use that challenges the CWC’s core prohibitions: by the Assad regime and ISIS in Syria, by Russian government operatives against the Skripals in the UK and Aleksey Navalny in Russia, and by the DPRK against Kim Jong Nam in Malaysia.”

포터 수석부대변인은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 영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가운데)이 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직후 공항 보안 관계자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남은 이후 공항 진료소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했지만 진료소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 영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가운데)이 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직후 공항 보안 관계자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남은 이후 공항 진료소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했지만 진료소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2017년 2월 13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 정권을 지목했지만 북한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은 법적으로는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1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화학무기 주요 위협국으로 꼽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1 북한 군사력’(North Korea Military Power) 보고서에서 “북한은 화학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수천t의 작용제들로 구성된 화학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며 “작용제들은 신경, 수포, 혈액과 반응하고 질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대포와 탄도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들에 화학 작용제들을 사용할 수 있고, 보다 선별적이고 비정규적인 방식으로 화학무기를 쓸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는 2004년 결의 1540호에서 회원국들이 핵, 화학무기, 생물무기 확산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의무화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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