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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라진항 ‘러시아 석탄 부두’ 운영 중단된 듯…움직임 미미


최근 라진항 러시아 전용 부두를 촬영한 위성사진.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최근 라진항 러시아 전용 부두를 촬영한 위성사진.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러시아산 석탄을 취급해 온 북한 라진항이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와중에도 석탄을 반출할 선박을 찾는 공고가 올라오는 등 이곳을 통한 수출 시도가 있었지만 현장에 쌓인 소량의 석탄 더미에서만 미미한 움직임이 관측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접경 지역에 위치한 북한 라진항에는 러시아가 장기 임대한 전용 석탄 부두가 있습니다.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명시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예외를 인정받아 러시아에서 옮겨진 석탄을 관리하던 곳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라진항을 통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석탄을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VOA가 최근 해당 부두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곳은 1년 넘게 사실상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지난 2일 자 위성사진에는 이 항구의 북서쪽 지대에 지름 약 35m의 원형 틀에 둘러싸인 석탄 더미가 발견됩니다.

라진항 러시아 전용 부두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2일자 위성사진. 자료=Planet Labs
라진항 러시아 전용 부두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2일자 위성사진. 자료=Planet Labs

이 원형 틀은 지난해 2020년 12월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이 안에 놓여있던 석탄이 부두 내 다른 지대 바닥에 놓였다가 사라지는 모습 등이 관측돼 왔습니다.

또한 작년 4월과 5월, 8월 소량의 석탄이 부두 다른 지대에서 몇 차례 포착된 점을 제외하면 1년 넘게 원형 틀을 비롯해 전체적인 석탄량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또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부두에 정박하는 선박이나 러시아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화물열차도 지난 1년 이상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진항의 실질적인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해 볼 만한 대목입니다.

현재로선 이 부두 운영이 중단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강화된 대북제재와 2020년 중순 이후부터 한층 심화한 국경봉쇄, 혹은 이 두 가지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라진항에선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부두 전체를 뒤덮은 석탄과 그 앞에 정박한 대형 화물선이 자주 관측됐지만 유엔 안보리의 제재 여파가 본격화한 2018년부터 석탄의 양과 선박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 촬영된 라진항 러시아 전용 부두의 모습. 석탄이 가득하고 선박의 입항한 모습이 확인된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 촬영된 라진항 러시아 전용 부두의 모습. 석탄이 가득하고 선박의 입항한 모습이 확인된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하지만 여전히 석탄이 옮겨지고 종종 선박의 입출항 장면이 포착되는 등 운영이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라는 추정이 나왔었습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운영이 계속된 듯 2020년 9월까진 부두 곳곳에 석탄이 쌓였다가 사라지는 장면이 인공위성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2020년 6월에는 북한 라진항을 출항지로 한 ‘선박 수배 안내문’ 즉 화주가 선박을 찾기 위해 발표한 문건이 VOA 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화주는 선박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전달한 이 안내문에서 라진항에 있는 러시아산 석탄 최소 5만t을 중국 칭다오로 운송해 줄 선박을 수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우려가 업계에 팽배한 상황에서 입찰에 나서는 선박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 북한 라진항에 선적을 앞둔 석탄이 쌓여있다.
지난 2016년 11월 북한 라진항에 선적을 앞둔 석탄이 쌓여있다.

비록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 운송은 합법이지만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나온다는 점이 선박들엔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운송에 나설 선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실제로 2019년 10월에도 라진항의 러시아산 석탄 4만t을 중국 랴오닝성 판진 시와 광시 좡족자치구 팡청강시로 운송해 줄 선박 수배 공고문이 떴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따라서 석탄 운반선을 찾는데 잇따라 실패한 러시아 사업자 측이 라진항을 통한 석탄 운송을 포기했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사안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북한은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라진항이 이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시점인 2020년 9월까진 북한 당국이 라진항 운영을 허용했지만 그 이후부턴 러시아산 석탄의 북한 내 반입을 허가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의해 석탄 수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석탄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최근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탄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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