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최근 며칠 사이 특이 동향이 관측됐습니다. 활주로 북부 지대에 수십 대의 차량이 나타났는데 이번 발사와의 연관성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평양 순안공항의 북부 지대에 차량 수십대가 몰려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VOA가 한반도 시각 4일 오전 10시32분께 촬영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차량은 군용으로 사용되는 북부 활주로 지대의 남쪽 부분에서 집결한 형태로 왼쪽의 활주로와 반대편 유도로에 분포돼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미사일 발사 시간인 오후 12시 3분보다 약 1시간 30분 전에 촬영됐습니다.
차량은 발사 전날인 3일과 이틀 전인 2일에도 같은 지점에서 위치만 조금 바뀐 채 모여 있었습니다.
특히 일반에 공개가 제한된 2일 자 위성사진을 통해선 승용차보다 긴 차체의 트럭 혹은 버스가 각각 활주로와 유도로의 안쪽 공간을 마주 보고 서 있는 상세한 현장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 대수는 왼쪽 활주로와 오른편 유도로에 각각 18~20대씩이었으며, 유도로만을 특정할 경우 위쪽(북쪽)에 12대, 아래쪽(남쪽)에 8~10대가 집결했습니다.
차량이 처음 이 일대에 등장한 시기는 지난달 27일 전후로 추정됩니다.
이달 이후에 나타난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현장에 차량이 늘어나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1일까진 구름에 가려 차량 대수의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가 계속되다가 2일, 3일, 4일 자 위성사진에서 수십 대의 차량이 확인된 겁니다.
이처럼 많은 차량이 그것도 미사일 발사를 며칠 앞두고 현장에 집결한 배경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3월 24일 북한이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장소가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5.5km 떨어진 장소였다는 점에서 이번에 차량이 발견된 북부 지대에서 실제 발사가 이뤄졌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지난 3월 24일과 동일한 장소에서 시험발사가 이뤄졌다면 이번 차량의 움직임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곳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건 발사 직후 폭발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3월 16일 ICBM 발사 당시와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은 발사를 며칠 앞두고 이번에 차량이 발견된 곳과 같은 지점에 비슷한 규모의 차량을 동원하고, 또 발사와 관련 있어 보이는 토대를 설치했습니다.
특히 이들 차량은 발사 전까진 활주로와 유도로에 머물다 발사 다음 날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로 들어와 목적을 알 수 없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움직임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하면서 미사일 발사가 결국 실패로 돌아간 데 따른 작업인지에 주목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약 1시간 30분 전에 촬영된 4일 자 위성사진에는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발사 관련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3월 24일 ICBM이 발사됐던 평양 순안공항 남쪽 지대에도 이동식발사차량으로 식별될 수 있는 물체는 없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발사차량은 순안공항 남쪽에 위치한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의 하늘색 건물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약 1.2km 이동한 뒤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해당 발사 장소는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에서 직선거리로 약 800m, 평양 순안공항의 민항기용 활주로에서 불과 약 1km 떨어진 지점으로, 당시 전문가들은 실패 시 공항과 인근 주거지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