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미한 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기를 기대한다고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밝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9일 VOA와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음 주 열릴 미한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실질적 위협을 확인하고 미한일 3국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새 정부가 ‘쿼드’ 참여에 대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 출신으로 2018년 7월부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월까지 주한 미 대사를 지낸 해리스 전 대사를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에 어떤 기대를 하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윤석열 대통령이 미한관계를 개선하고 동맹을 더욱 새롭게 개선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봤습니다. 또 윤 대통령과 그가 꾸린 내각이 북한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 대통령이 주요 참모들로 구성된 정책협의단을 도쿄에 파견하기도 했죠. 이런 점을 낙관적으로 생각합니다. 박진 외교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인사 중에는 제가 잘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을 아주 잘 꾸렸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다음주 서울에서 열립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세 가지 결과를 기대합니다. 먼저 미한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 측에서는 한국에 대한 전략적 억지를 재확인해야 합니다. 둘째로 두 정상이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이 매우 실질적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미국과 한국, 일본의 3자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다짐도 나왔으면 합니다. 이것은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안정에 중요합니다.
기자) 한국 일각에선 미국이 유사시 자국에 대한 위협을 감수하면서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저는 미국이 우리의 핵 억지력으로 한국을 도울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 측이 미국의 핵 억지를 신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몫이겠죠. 하지만 미국의 임무는 한국이 우리의 핵 억지력을 확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뢰의 문제이며, 이런 신뢰는 두 정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말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00% 인상과 같은 요구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2만 명이 넘는 미군들과 그들의 가족이 있습니다. 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과 결의를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증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해리스 전 대사님은 이번에 미한일이 3국 정상 회동을 통해 '쿼드' 확대에 대한 진전을 이룰 것을 제안하셨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쿼드는 공동의 시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비전을 보는 마음이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비공식 협의체'입니다. 미국, 호주, 일본, 인도 등 쿼드 4개 회원국은 역내의 기회와 위협에 대해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죠. 중요한 것은 쿼드에는 '문지기'가 없다는 겁니다. 즉 쿼드 회원국이 다른 나라에 가입을 요청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가입을 원하는 나라가 그런 의사를 기존 회원국에 알려야 합니다. 한국은 그동안 쿼드 회원이 되고 싶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기보다는 '다른 나라로부터 가입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애써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습니다. 한국이 먼저 의사를 밝히고 확대 문제가 논의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쿼드 자체가 아직 새로운 그룹이잖습니까.
기자) 한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추가 배치 문제가 또다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측에선 과거와 같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당시에 적극적으로 한국을 돕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만의 결정도 아니었고 한국만의 결정도 아니었습니다. 동맹이 매우 긴밀히 함께 결정한 것입니다. 한국 국민을 보호하고 한국 방어를 위해 주둔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가 사드 포대의 원활한 공급과 운용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임기 동안 그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선 달라지길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사드 포대 수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파트너'로서 중국의 본질을 매우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올해에만 15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습니다.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나오는데요, 북한이 이처럼 무력시위를 고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해리스 전 대사) 북한은 이런 행동으로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상대인지 아닌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에 놀라서는 안 됩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바람인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미한 동맹의 군사적 측면을 다시 활성화해야 합니다.
기자) 주한대사 재임 시절 함께 일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달리하기를 가장 바랐던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해리스 전 대사) 저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다르게 접근하길 바랐습니다. 3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북한을 자신들의 적으로 인식했어야 했습니다. 평양도 서울을 적으로 여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둘째는 중국이 한국의 제1 교역국이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중국 정부에 대해 더욱 강경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한국의 동맹이자 친구이며 모든 상황에서 한국과 함께 한다는 점을 더욱 충분히 인식하길 바랐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자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남북관계 개선과 동맹관계를 맞바꾸려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또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이건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혹시 문재인 정부에 ‘고별 메시지’를 전한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습니까?
해리스 전 대사) 글쎄요. 제가 따로 전할 고별 메시지는 없습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는데 그들이 잘 지내길 바란다는 이야기 정도 하고 싶습니다.
기자) 주한 미국대사의 공백이 16개월 만에 채워지게 됐습니다. 후임자인 필립 골드버그 대사에게 선임자로서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해리스 전 대사) 먼저 저의 전임자인 마크 리퍼트 전 대사 이후 제가 부임하기까지도 약 16개월이 걸렸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너무 긴 시간이죠. 서둘러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백악관과 인준 절차를 서두르지 않은 의회 등 미국 측의 잘못입니다. 이런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새 대사로 부임할 골드버그 대사는 외교에 경험이 아주 많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대사직을 지내면서 대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조언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워싱턴과 서울이 ‘제대로 거래했다’는 말로 저의 기대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기자) 대사 재임 시절 한국 음식과 문화에도 관심이 많으셨는데요, 후임자인 골드버그 대사에게 ‘한국에서 꼭 경험해야 할 3가지’를 추천하신다면요?
해리스 전 대사) 역시 첫 번째는 한국 음식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잡채와 비빔밥인데요. 특히 고추장 들어가는 음식은 대부분 좋아합니다. 심지어 서울에서 고추장 소스로 만든 햄버거를 아주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 술도 빼놓을 수 없는데, 막걸리와 숙성된 소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한국 야구 경기도 즐길 것을 권합니다. 한 팀을 선택하고 경기장에 가서 직접 응원하면 정말 좋습니다. 주재국의 시민들을 만나는 것도 대사의 주요 임무이고 이런 것들이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골드버그 대사가 저보다 더 잘 알 겁니다.
지금까지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로부터 새로 출범한 한국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조만간 열릴 미한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박형주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