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들어 16번째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무력도발에 나선 것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무기 프로그램 강화 외에 정치적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전술핵 운용을 위한 초대형 방사포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2일 VOA에 북한이 올들어 16번째 미사일 시험을 감행한 것에 대해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전반적인 목표의 일환으로 (미사일) 시험 프로그램의 ‘정규화’ 혹은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North Korea is seeking to "regularize" or "normalize" its testing program as part of its overall goal of gaining acceptance as a de facto nuclear weapons state. By conducting these ballistic tests routinely, and making clear that many of them relate to Pyongyang's nuclear "deterrent," the DPRK seeks to demonstrate that missiles, and nuclear weapons, are now part of its "DNA." Pyongyang is also making clear that is not going to change, regardless of the policies that may be adopted by the new ROK government.”
그러면서 “이러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일상적으로 수행하고 그 중 상당수가 북한의 핵 ‘억지력’과 관련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은 미사일과 핵무기가 이제 자신들의 ‘DNA’의 일부임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한국 새 정부가 채택할 (대북) 정책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이 이날 저녁 6시29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10일 윤석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무력시위입니다. 또 지난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5일 만이며 올해 16번째 무력 도발입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무력시위에 대해 자체 무기 프로그램 강화 외에 대내외 정치적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이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다른 대북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he I think he understands that the Yoon ministration is more conservative. Perhaps a little bit more confrontational with its predecessor. And I think they wanted to send a message that it doesn't matter. If you try to be tough with North Korea, we're going to remain a strong country. And don't think of ever having us surrender our nuclear weapons or ballistic missiles… And I think that Yoon is also saying it to reassure his own domestic audience, that he's not going to be bullied or intimidated by the North. So I think it's an appropriate response by the new administration.”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에 강경하게 나오더라도 우리의 길을 갈 것이며, 우리가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북한의 시위라는 설명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무력시위를 즉각 ‘중대도발’로 규정하며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국민들을 안심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 미한동맹의 강력함을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랜드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우려한다면 “이번 무력 과시는 자신의 무능함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코로나를 해결할 수 없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북한을 방어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체제 생존 가능성과 연결된 핵 프로그램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If Kim is at all concerned about the North Korean people’s perceptions of his leadership and ability to manage the pandemic, then this latest show of force can be seen as a measure to compensate for his incompetence. Kim may not be able to solve COVID-19 for his people, but he is still able to defend the country with an ever-growing nuclear weapons program. For Kim, this is probably more important, as it hits closer to home on matters concerning the survivability of his regime.”
수 김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최근 코로나 발병을 ‘기회의 창’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며 한국 등을 위협하는 한편 코로나 발병을 명분으로 국제사회에 ‘인도주의 지원 카드’를 호소하면서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무디게 하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민간연구소인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는 “북한이 핵 미사일 열망을 과시하고 도발하며 양보를 얻어내려는 해묵은 전략으로 회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향후 몇 달간 고위력 수소폭탄과 전술 핵무기 실험, 사거리를 늘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대표] “I mean, they went through a period for years where they were trying to hold back on some of these capabilities. So I think really in the next few months, I guarantee you we will see a nuclear test. You may see multiple nuclear tests, actually a bigger hydrogen bombs and tactical nuclear weapons. And I wouldn't be shocked”
카지아니스 대표는 또 북한 무력시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대해 “앞으로도 매우 강력한 발언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것이 북한을 더욱 호전적으로 만들지 확신할 수 없다”며 “북한도 이런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앞으로 몇 달 뒤에 윤석열 정부가 기조를 바꿀지 지켜볼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어 보이며, 북한이 기꺼이 비핵화하면 경제적 보상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좋은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도 달라지지 않을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초대형 방사포인 KN-25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약 360㎞, 정점 고도는 약 90㎞, 속도는 약 마하 5로 탐지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초대형 방사포를 최대 사거리인 약 400km까지 쏘려면 고도를 90km 올려야 한다면서, 그동안 KN-25가 이런 비행 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missiles that we've seen in the past that have flown this kind of trajectory, out 350 to 400 kilometers, 90 kilometers in the air, those missiles have been carrying KN-25 and so that's why people are likely concluding that this may be a catch 25 or something that looks a lot like it... So probably one failed, and therefore, they didn't see it on radar. So that suggests a degree of unreliability of these missiles.”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 KN-25는 미사일 4발을 발사할 수 있지만 이번에 3발만 탐지된 것은 나머지 1발이 발사 초기 실패해 한국 측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을 수 있다며, 이는 해당 미사일 체계의 ‘불안정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주력하던 북한이 ‘전술 미사일’ 시험을 한 것에 주목하며, 러시아가 미사일 부족으로 중국에 미사일을 요청한 것처럼 북한도 거듭된 미사일 시험으로 장거리 미사일이 소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도 이번 미사일을 초대형 방사포 KN-25으로 관측하며 ‘전술핵 무기 개발’의 일환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I'm guessing that KN-25 is probably a system that will get nuclear arms. Kim Jong Un has been speaking quite a lot about in North Korea's state media has been speaking quite a lot about tactical nuclear weapons lately. So I think the public statements plus the design of the rocket, may well be intended to be a tactical nuclear weapon.”
루이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당국은 계속 전술핵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며, 로켓 설계와 북한의 성명 등을 고려하면 KN-25도 전술핵 무기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도 이번 발사가 KN-25 유형의 시험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일상적인 작전훈련의 일환으로 기술적으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