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제재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유엔 활동을 제한하고 북한 핵을 억제하는 역내 기구를 구성해 불법 활동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3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와 주한 미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하면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어서 고무적입니다. ‘담대함’이라고 말한 점 또한 고무적이고요. ‘먼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면 이후 어떤 결과가 있을지에 대해 대화해 볼 수 있다’는 ‘리비아 모델’을 넘어서겠다는 것인데요. 저는 윤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에 기반해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적어도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응하진 않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무엇을 가졌는지 들어보는 것은 수용할 만한 일입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한국의 보수 성향 대통령들이 말한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마크 토콜라 부소장) 비슷합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할 만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한국 정부와 미국 모두 지난 수년 동안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경제 원조를 포함해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새로운 게 아니라고 해서 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운동 기간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한 만큼 윤 대통령이 일찌감치 신호를 보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진행자) 취임식이 열리고 불과 이틀 만에 북한은 3발의 미사일을 쐈습니다. 윤 대통령 제안에 북한이 반응을 보인 건가요?
디트라니 전 대표) 북한이 일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북한과 협상해 왔습니다. 공식적인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들은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초점을 맞추게 하려는 겁니다. 자신들이 우세한 위치에서 협상할 것이고, 탄도미사일처럼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따라서 놀랍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지난 30년간 해 온 방식입니다.
진행자) 토콜라 부소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토콜라 부소장)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종의 신호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지와 관계없이 여전히 무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북한은 무기를 개발했습니다. 시험발사를 하고 실험실이나 작업장에서 일했죠. 그들의 추세를 보면 속도를 높이고 있을 순 있지만 줄곧 해 왔던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디트라니 전 대표) 토콜라 부소장님 말에 동의합니다. 그들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자신들의 기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또 완성하고도 있죠. 북한은 화성-17형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입니다. 그들은 이런 역량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1월 연설을 통해 밝힌 부분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ICBM은 물론 기동형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 순항미사일까지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대화하는 지금도 김정은은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진행자)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토콜라 부소장) 문제는 그가 핵실험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단호한 대응을 언급했습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제재만으로는 안 됩니다. 제재는 영향력을 다 잃었습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조치로 스스로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대응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유엔에서 북한의 투표권을 중단시키는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면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핵 분야에서의 대응 필요성입니다. 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핵 정책 계획’ 그룹을 인도태평양 나라들과 조직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 호주와 같은 나라들이 핵 정책을 다루는 조직을 만들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혹은 핵무기를 어떻게 억제할지를 놓고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이 하는 일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이 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인가요?
디트라니 전 대표) 윤석열 정부는 미사일 방어 역량 증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추가 배치 가능성이죠. 또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재확인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쿼드에 가입할 수도 있죠. 쿼드는 방어 목적의 조직입니다. 이런 것들은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입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분명히 대가가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 러시아와 중국이 있는 한 제재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목격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중국과 마주 앉아 ‘일이 잘 안되고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주 전에 한국을 방문했죠. 북한과 미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요. 중국은 역할을 더 해야 합니다. 북한이 현재 걷고 있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죠.
진행자)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은 무엇인가요?
토콜라 부소장) 비핵화 대화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재래식 무기를 제한하는 것부터 대화하는 것입니다. 화학 무기 협약에 대해 대화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제기할 수 있는 다른 주제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안은 더 많은 우호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몽골과 유럽연합 등과 대화를 확대하는 것이죠. 세 번째는 미국과 한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제안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진행자)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왜 이제서야 이런 사실을 인정했을까요?
디트라니 전 대표)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 의료 체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인구의 40% 이상이 영양실조입니다. 1990년대 식량 부족과 심각한 기아에 허덕였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여러 문제가 혼재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백신을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북한에 백신 제공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문제가 남북 또는 미북 간 관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요?
토콜라 부소장) 가능합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고려사항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입니다. 그것이 외교에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쨌든 북한 주민들을 도와야 합니다.
진행자) 디트라니 차석대표께서도 그렇게 보십니까?
디트라니 전 대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천 400만 명의 주민들이 실제로 끔찍한 상황에 있습니다. 인도주의는 1순위가 되어야 하고 외교는 2순위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핵심은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이든 다른 식량 원조 기관을 통하든 이런 행동은 신뢰 구축의 시작이고 대화의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와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