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대북 제재 면제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중국이 제재 때문에 대북 반입이 어렵다고 주장한 농업용 트랙터 등 약 10만 달러어치의 물품이 대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위원회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요청한 8개 품목의 대북 반입을 허가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엔주재 노르웨이 대표부의 모나 율 대사는 지난 3일 FAO 측에 전달해 최근 공개된 서한에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의 25조항에 따라 (FAO의) 서한에 명시된 물품과 서비스의 반입을 앞으로 12개월 동안 허용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한에 따르면 FAO는 지난달 21일 총 8개 품목, 총 6만 5천 624개의 물품에 대한 북한 반입을 요청했습니다.
이중 가장 고가는 2개 바퀴로 구동하는 트랙터 5대로 총금액은 2만 5천 달러로 책정됐습니다.
또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파이프 3천 개 총 2만1천 달러어치와 포틀랜드 시멘트 80포대(1만 2천 달러), 모판용 플라스틱 시트 6만 2천 500개(1만 2천 달러) 등도 대북 반입 물품 목록에 포함됐습니다.
그 밖에 양수기와 이동식 벼탈곡기, 옥수수 탈곡기 등 농업 관련 물품이 승인됐습니다.
이들 물품은 모두 중국에서 구매되며,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 신의주로 들어가게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FAO와 북한 농업성(농업위원회) 직원들이 해당 물품의 수령과 분배를 감시하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FAO는 내년 5월 6일까지 승인 물품을 반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북한의 강도 높은 국경봉쇄 정책으로 인해 해당 물품이 단둥을 통해 신의주로 원활히 운송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현재 인도주의 품목 상당수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뒤에도 중국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의 반입 허가가 떨어졌지만 북한의 국경봉쇄 장벽에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월 ‘제재의 영향’을 주제로 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결의 2397호 이후 북한에 심각한 인도적 결과가 발생했다며, 농기계와 의료 장비, 수도관 등 인도적 품목의 수입이 크게 제한되면서 북한 내 식량부족과 의료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장쥔 대사가 유엔 제재 때문에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인도주의 민생용품 3가지 중 최소 2가지가 이번 제재 면제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인도주의 품목의 대북 반입이 막힌 주요 원인이 제재가 아닌 북한의 국경봉쇄 때문이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습니다.
당시 장쥔 대사의 발언 직후 VOA는 대북제재위원회가 승인한 면제 품목들을 검토해 농기계와 의료 장비, 수도관을 포함한 약 3천 개 품목, 수십만 개 이상의 물품이 이미 승인 판정을 받아 중국에서 대기 중인 사실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 ‘아그로텍 SPA’는 여러 농업용 장비와 함께 중국산 농업용 트랙터를 크기 별로 약 116대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신청해 이를 허가 받았으며, 미국의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도 트랙터와 트레일러, 예비 타이어 등의 반입을 승인받았습니다.
또 의료 장비와 의약품 등은 세계보건기구와 한국 여의도순복음재단, 유진벨재단 등 여러 기구의 승인 목록에 이미 포함됐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에는 수질개선 프로젝트에 필요한 수도 파이프 등 수백만 달러어치의 장비에 대한 북한 반입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