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중국의 인구가 60년 전 중국의 대기근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EU 정상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뤘군요?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30일,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의 일환으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회원국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전면 금수 조처는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EU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 가운데 약 3분의 2는 유조선을 통해 들여오고요. 나머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데요. EU 정상들은 이번 제재에서, 일단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 금수 조처를 적용하고, 송유관을 통한 원유는 금수 조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제재로 영향을 받는 원유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샤를 미셸 상임의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75%가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셸 의장에 따르면 이는 EU가 수입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의 3분의 2가 넘는 규모입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EU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해상 공급에 대한 제재도 원유는 6개월,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8개월의 기간을 주고 회원국들이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 있게 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렇게 되면 공식 실행일에 따라 석유제품의 경우, 목표 달성 시점이 올 연말이 아니라 내년 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드루즈바 송유관은 세계에서 가장 긴 송유관이라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러시아에서 시작해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4천km의 세계 최장 송유관입니다. 헝가리 같은 나라는 내륙국이다 보니 지금까지 전적으로 이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받아왔는데요. 이번 제재에서 송유관 공급 금수를 예외로 둔 것은 헝가리와 불가리아 등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이들 나라를 고려한 조처입니다.
진행자) 특히 헝가리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도 자국의 원유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 한,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결코 승인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전까지도 절충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하지만 회원국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 후 결국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약 10분간의 연설에서, 유럽의 내부 분열은 러시아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이 단합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유럽을 점점 더 압박할 것이라면서 분열적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유를 포함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합의는 반드시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송유관이 지나가는 폴란드나, 끝나는 지점인 독일 같은 나라는 당분간 계속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만, 이들 두 나라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 EU의 90% 목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가 올 연말 목표치로 제시한 90%는 이들 두 나라가 해상 원유 수입은 물론 송유관 원유 수입까지 중단한 것을 산정해 나온 수치입니다.
진행자) 이번 조처로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한 해 약 100억 달러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럽이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는 하루 약 229만 배럴에 달하는데요.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아시아 등 대체 판로를 찾겠지만, 현재 유럽에 파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될 것 등을 감안할 때, 이로 인한 연간 손실이 적어도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진행자) EU의 이번 러시아 제재가 6번째인데,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처 말고 또 어떤 조처가 들어갔습니까?
기자) 네. EU 정상들은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앞서 EU는 여러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조처를 내렸지만, 스베르방크보다는 다 규모가 작은 금융기관들이었습니다. EU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개인의 자산 동결과 EU 입국 금지, 그리고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3곳의 국영 방송에 대해서도 EU 내 송출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EU 정상들은 이날(3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도 합의했습니다. EU는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해 90억 유로(미화 97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는데요. 무상 원조인지 융자 형태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중동으로 가봅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5월 31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 가운데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건 UAE가 처음입니다.
진행자) 양국 관계가 최근 계속 가까워지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과 UAE는 지난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중재로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두 나라는 특히 경제 부분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 UAE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정부의 발표 들어볼까요?
기자) 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이스라엘과 UAE가 방금 역사적인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에 체결된 첫 자유무역협정이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승인된 자유무역협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UAE 측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모하메드 알카자 이스라엘 주재 UAE 대사도 트위터에 양국의 FTA 체결이 전례 없는 성과라고 환영했습니다. 카자 대사는 FTA를 통해 시장 접근이 더 빨라지고, 관세가 낮아지는 등의 혜택을 누리면서, 두 나라가 무역을 증진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협력 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FTA의 주요 내용 좀 더 짚어볼까요?
기자) 네. 협정 서명 전 이스라엘 발표에 따르면, FTA에는 식품과 농산물, 화장품, 의료 장비와 의약품 등을 포함해 양국 교역의 96%에 대한 관세가 즉각,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됩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고요. 또 무역 관련 규제와 서비스, 정부 조달, 전자 상거래 등에 관한 조항도 들어 있습니다.
진행자) 양국의 교역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2020년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양국의 교역은 전무했다고 볼 수 있고요.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약 9억 달러였습니다. UAE-이스라엘 경제위원회는 올해 양국의 무역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어서고, 다음 5년 동안 50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UAE는 기대 폭을 훨씬 크게 잡고 있습니다. UAE 무역부는 5년 안에 양국의 교역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은 아랍 국가가 더 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레인과 모로코, 수단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전까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은 아랍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 2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 적대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종주국으로 시아파의 맹주라고 불리는 이란과 오랜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국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이 배신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반면 협정 지지자들은 아브라함 협정을 중동 외교의 역사적인 타개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의 인구 동향에 큰 변화 조짐이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14억 인구를 가진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79억5천만 명인데요. 그러니까 중국이 세계 인구의 6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인구가 6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인구가 감소할 거라는 전망은 최근 몇 년 계속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국의 인구는 지난 40여 년간, 6억6천 만명에서 약 14억 명으로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는데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앞으로 10년 안에 정점을 찍고 감소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일부 인구 전문가는 지난해를 그 시기로 짚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도 소폭이긴 하지만 인구가 늘면서 일단 넘어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는 중국의 인구가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호주의 온라인 매체인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이 중국의 인구 동향을 조사, 분석한 기사를 실었는데요. 중국 인구가 1959년부터 1961년 사이 중국을 강타한 대기근 이래 처음으로 올해 감소 추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죠.
기자) 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인구는 2020년의 14억1천 212만 명에서 14억1천260만 명으로, 불과 48만 명 정도 증가해 간신히 감소 현상을 모면했습니다. 이는 인구 1천 명당 0.34명이 증가한 꼴인데요. 통상 한 해 약 800만 명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겁니다.
진행자) 그럼 올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 연구팀의 예측에 따르면 올해는 1천 명 가운데 약 0.49명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앞서 사회과학원은 오는 2029년이 되면, 인구가 14억4천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중국의 인구는 어느 정도나 감소할까요?
기자) 네. 상하이사회과학원은 2021년 이후부터는 평균 1.1% 감소해, 2100년에는 중국 인구가 5억8천700만명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는 지금 인구의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진행자) 어떤 논리적 근거를 통해 그런 추산을 내놓는 거죠?
기자) 일단 저조한 출산율입니다.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현재의 1.15명에서 1.1 명으로 떨어지고요. 이후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예측입니다. 합계 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합니다.
진행자) 중국의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나요?
기자) 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2.6명이었습니다.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 출산율 2.1명을 상회해 인구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1990년대부터 하락해 2020년에는 1.3명, 작년에는 1.15명에 그쳤습니다. 참고로 미국과 호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6명, 일본도 1.3명으로 중국보다 높습니다.
진행자) 왜 이렇게 중국 여성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높은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과 만혼 현상, 핵가족화 등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특별한 상황까지 겹쳐 여성들이 출산을 더 꺼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진행자) 중국의 인구 동향에서 또 제기되는 문제점이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의 전통적인 남아선호 사상도 남녀 성 비율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의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 당 남아 120명 정도로, 일부 지역에서는 130명까지 올라갑니다. 그런가 하면 노인 인구는 늘고 노동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65세 이상 인구는 계속 증가해 2080년쯤에는 노동 인구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