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의 운항이 지난해 제재 등 여파로 크게 줄어든 가운데, 노후화된 선박의 결함으로 인해 정선 조치를 받은 비율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운항한 선박들 가운데는 대북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냉동선’도 다수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선박들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는 지난 8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2019년 한 해 북한 선박 51척을 검사한 결과 총 411건의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선박 1척 당 평균 8건의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한국(3건)과 일본(3건) 등 주변국 선박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검사를 받은 선박 중 6척은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운항이 중단되는 ‘정선 조치’를 받았습니다.
보고서는 운항 중단 조치를 받은 북한 선박의 비율이 11.76%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정선 비율은 0.39~1.89%에 불과해, 북한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탄자니아와 토고 등 10개 나라와 함께 안전 문제가 자주 지적되는 ‘블랙리스트’ 국가 목록에 올랐다고, 보고서는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선박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높은 정선 비율과 검사 대상 선박의 결함율 100%를 기록한 건 노후 선박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 중에는 건조된 지 46년이 지난 것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에서 제재 위반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일부 발견돼 주목됩니다.
통상 어류 등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운용되는 냉동선 10척이 지난해 해외 항구에서 검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수산물 판매를 전면 금지시킨 바 있습니다.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의 냉동선은 ‘태화봉’ 호와 ‘은파 1’ 호, ‘동명산’ 호, ‘성진 3’ 호 등으로, 이들은 모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안전검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특히 ‘동명산’ 호는 검사 당시 선주(운영회사)를 ‘원산 시푸드 엑스포트 코퍼레이션’ 즉 원산 수산물 수출회사라고 기재해, 제재 위반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동명산’ 호가 실제 수산물을 운반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선박의 용도와 운영회사의 이름에 ‘시푸드’가 들어간 점은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VOA가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 선박들은 올해도 안전 문제에서 큰 개선을 이루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 사이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총 11척으로, 이들 모두에서 결함이 발견돼 현재까지 결함 발견율 100%를 기록 중입니다.
이 중 9척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나머지 2척은 중국 다롄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러시아로 향한 북한 선박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또 러시아로 향한 9척의 선박 중 3척은 ‘’동명산’ 호를 비롯한 냉동선이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