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강대강 정면투쟁’ 원칙을 내세워 핵 무력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미-한-일 세 나라의 이에 맞선 군사적 안보 협력이 한층 강화하는 양상입니다. 미-한-일은 다음달 하와이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탐지 추적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실시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13일 워싱턴에서 가진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실험 준비 움직임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한 군사대비 태세 조정을 시사했습니다.
미-한은 수주 안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가동하고 필요할 경우 전략자산 전개 문제를 다룰 방침입니다. 또 미-한 연합군사훈련 확대 범위와 규모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외교와 대화에 관여할 때까지 압력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유엔 또는 독자 차원의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남았다고 판단할 정도로 뚜렷한 상황에서 미-한이 계속해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공동의 군사적 대응에 힘을 모으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미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의 조기 가동에 합의했기 때문에 예정된 수순입니다. 그러나 이 얘기를 굳이 한 것은 결국 북한 핵실험에 대한 사전적 경고 메시지가 있다고 봐야겠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미-한-일 세 나라의 군사 안보 차원의 공조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14일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한-일 세 나라는 호주와 함께 오는 8월초 하와이 해상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연합훈련인 ‘퍼시픽 드래곤’ 훈련을 실시합니다.
호주와 함께 ‘파이브아이즈’(Five Eyes)에 소속된 캐나다도 참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이 참여한 기밀정보 공유 동맹입니다.
한국 해군은 2년 주기로 열리는 다국적 해상훈련인 환태평양훈련 즉 ‘림팩’ 훈련 때 미국, 일본 등과 연합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을 벌였으나 문재인 전임 정부 때인 2018년과 2020년에는 훈련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훈련은 미-한-일 국방장관들이 지난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가진 회담에서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3국 안보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의 정례화와 공개적 진행에 합의한 데 따른 겁니다.
훈련은 표적으로 쏘아 올린 사거리 170㎞의 SM-2 함대공 미사일 모의탄을 탐지·추적하고 요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국 내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맞서 세 나라가 각자의 탐지 추적 자산들, 예컨대 미국의 군사정찰위성과 한국, 일본의 레이더 등을 결합해 연합성을 제고하는 훈련이라며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각 나라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지만 그 나라가 갖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탄도 미사일 요격 체계들을 다 뭉쳐가지고 연합해서 막는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서 한-미-일 공동훈련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한-일 세 나라는 미사일 경보훈련도 올 하반기에 두차례 이상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 나라는 2016년 5월 미사일 경보훈련을 처음 실시한 뒤 분기마다 열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몇 년 새 간헐적으로 열고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경보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이나, 미사일 모의탄을 발사하되 요격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북한은 2016년 이 훈련 첫 실시 당시 ‘또 하나의 엄중한 군사적 도발행위’라고 비난했고 2017년 12월 훈련 후엔 ‘3각 군사동맹 조작 시도’라고 주장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미-한이 확장억제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미-한-일 세 나라가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흐름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 편에 서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어차피 중국은 지금 북한편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북-중-러 구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데 거기에 한-미-일이 가만히 있지 않고 더 강화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중국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할 여지가 생기는 거죠. 이렇게 계속 가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냐.”
일제시대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 등 오랜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함께 노출돼 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간 안보 협력의 명분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진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GSOMIA)가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 “지소미아는 양국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과 연계를 강화한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으면서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이던 2019년 8월 한국이 일본 측에 종료를 통보했다가 미국의 중재로 그해 11월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조건부로 종료를 유예한 상태지만 양국 간 불신으로 정보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 정보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협의하고 공동 대처한다면 그것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데 훨씬 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거든요. 한일이 그런 협력을 강화하면 결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것이고 그것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주는 메시지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조한범 박사는 뿌리깊은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정상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 핵 위협이 고도화할수록 이에 국한된 두 나라의 안보협력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