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한국 측 자산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 근로자 통근용 버스가 특정 건물로 향하고, 일부 공장의 야적장에서도 지속적인 움직임이 관측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의 ‘가죽과 가방, 신발 지구’에 위치한 한 공장 건물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14일 자 위성사진에 파란색 물체 여러 개가 보입니다.
VOA는 지난달 저화질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동일한 파란색 물체를 확인했으며, 이를 지난해 촬영된 고화질 위성사진과 비교해 해당 파란색 물체가 대형버스 9대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형태의 파란색 물체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 14일과 12일, 8일 등 구름이 끼지 않은 날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북한 근로자를 해당 공장 건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동원된 버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에도 한국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제공했던 현대자동차의 대형 버스 ‘에어로시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따라서 ‘에어로시티’와 모양과 색깔이 같은 버스가 개성공단 내 같은 장소에 주차를 반복하는 듯한 정황은 북한이 해당 공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추론으로 이어집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달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개성공단 내에서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해 북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면서 북한이 한국 측 시설을 무단으로 재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무단 가동 논란 이후에도 이를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단 내 공장이 가동 중인 정황은 다른 공장 건물에서도 쉽게 확인됩니다.
‘섬유, 봉제, 의복’ 생산 지구에 위치한 한 공장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공장 건물 앞 지대에 정기적으로 물체가 놓였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일 이 건물 앞에는 이전에 볼 수 없던 검정색 대형 물체 여러 개가 나타났는데, 14일 위성사진에선 이중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또 개성공단 북부지대의 한 공장 건물의 야적장에도 가끔씩 차량으로 보이는 검정색 물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물론 공장 공터와 야적장에 나타난 일부 변화를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 정황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 북한이 한국 측 자산에 지속적으로 접근하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