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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톨버트 전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북한 지도부 사법심판대 세우려면 정권 변화 기회 포착해야”


데이비드 톨버트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차석 검사
데이비드 톨버트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차석 검사

북한 지도부를 사법 심판대에 세우려면 정권 변화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데이비드 톨버트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차석검사가 밝혔습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기소를 맡았던 톨버트 전 차석검사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전례 없는 세계 최악의 반인도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톨버트 전 차석검사는 레바논 특별재판소, 유엔 크메르루즈 전범특별재판소에서도 활동했으며,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 전환기정의센터 대표를 지냈습니다. 또 국제변호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 작성에 고문 역할을 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톨버트 전 차석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활동하실 당시 대량학살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재판을 받다가 판결이 나오기 전 2006년 감옥에서 사망했습니다. 북한 지도부 등 인권을 유린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릴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일까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저를 비롯해 책임을 묻는 데 전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밀로셰비치가 판결을 받기 전 사망한 것은 물론 크게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재판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증거가 제시됐습니다. 저는 그의 사망이 허망(lost cause)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과 국제법 전반에 있어서는 판결이 안 나온 것이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전쟁과 범죄를 저지른 밀로셰비치와 같은 고위급 인사가 재판장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 형사 사법제도와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기준점(marker)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보스니아 전쟁 중 대량 학살을 저지른 다른 측근들은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북한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 르완다 국제형사재판, 크메르루즈 전범특별재판, 시에라리온 특별재판 등 특히 끝까지 진행된 재판들은 모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행위자들과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재판들과 절차가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보다 (책임을 묻는 데 있어) 더 강력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정의는 천천히 온다’(long arc of justice)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과거 반인도범죄 재판 사례들 중 북한과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그 어떤 것도 북한의 범죄, 탄압에 비길 수 없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국민의 40%가 사망했습니다. 국제재판이 열렸던 국가들은 모두 끔찍한 범죄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탄압에 있어 독보적인 범주를 형성했습니다. 국가의 통제, 언론과 표현의 제한, 최근 국제변호사협회 보고서 발표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북한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그림’일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경우 권위주의 국가로서 최고 권력이 세습되기 때문에 인권 유린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볼 수 있나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이러한 절차들은 세대를 거쳐 진행됩니다. 매우 다른 맥락이지만, 저는 인종 분리 정책(segregation)이 시행되던 시절 미국 남부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났죠.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지금 당장은 북한 상황을 너무 낙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변호사협회가 했듯이 시민 사회를 교육하고, 판사들, 유엔과 관여하는 것은 기회가 생겼을 때 상황을 주도하는 것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핵심은 모종의 정치적인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튀니지, 시에라리온, 유고슬라비아 등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변화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역사, 활동가들, 시민 사회는 책임 규명의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오래 걸리는 절차입니다.

기자) 국제변호사협회의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표회에서 “증거가 강력하고, 압도적이며,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하셨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젠가 국제 형사재판소에 세워졌을 때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절대로 절차에 대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재판정은 중립적으로 증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진술서(affidavit)를 읽고 희생자들과 대화한 결과 저는 (증거가 강력하다는) 그런 발언을 한 것이고 다른 참가자들도 그런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도 북한에서 상당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죠. 우리는 계속해서 책임을 규명하고 희생자들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기자)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대량 학살 등 66건의 반인도범죄 혐의를 받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혐의도 비슷한 숫자가 될까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숫자를 예상할 수 없습니다. 보고서 발표회에서 제시된 증거들은 매우 매우 심각한 유린과 범죄입니다. 모든 증거가 취합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돼야 혐의 숫자도 나올 것입니다.

기자)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검사로 활동하실 때 지도부를 기소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하셨습니까?

톨버트 전 차석 검사) 대부분의 재판에서 검사들은 증인과 증거를 제공합니다. 밀로셰비치나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와 같은 정상에 대한 재판에 있어서는 명령 체계의 최고위급까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도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지도자가 장군이나 군부, 준군사 조직에 내린 지시를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고요. 이것은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재판이 길어집니다. 대개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insulate)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부 증언자, 전문(cable)과 명령서를 통해 우리는 유고슬라비아의 많은 지도자에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이 아니고, 유엔 안보리를 통하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김정은을 재판정에 세울 수 있을까요? 국제특별법정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보편적 사법권’(Universal Jurisdiction)을 행사해 개별 국가 법정에 세우는 것이 낫나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지금 상황에서는 김정은이나 다른 북한 지도자들을 생포하거나, 체포할 큰 기회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 사회와 각국이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에서 정권의 변화가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고위급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일 것입니다. 밀로셰비치도 찰스 테일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자) 국제 전환기정의센터 대표를 지내셨는데요,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지금 시민 사회가 어떤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증거와 자료의 수집은 어떠한 전환기 정의 절차에서도 가장 중요합니다. 시민 사회,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계속 압박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 증거를 개발하고 수집해야 합니다. 우리 경험에 비춰보면 시민 사회 단체들, 희생자들은 각국 정부나 유엔, 지역 기구들에 압박을 가할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활동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형사 기소를 많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희생자들에게는 사건 규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니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의 진실 규명 위원회들이 있었습니다. 희생자 배상(reparation) 활동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상징적인 배상이 될 수도 있고 돈이나 물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특히 북한의 경우 개혁입니다. 인권 유린을 저지르거나 법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찰이나 군부 책임자들을 축출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더 이상 경찰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자) 시민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셨는데, 특히 한국의 시민 사회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을까요?

톨버트 전 차석 검사) 물론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에게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시민 사회가 정부에 압박을 유지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정의를 구현하는 적절한 조치가 시행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남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 인권을 옹호하는 다른 국가들에도 압박을 계속 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도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부분에 있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있었고, 저는 그러한 정치적 역학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바로 곁에는 그 반대의 국가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데이비드 톨버트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차석 검사로부터 북한의 인권 유린 가해자들에 책임을 물릴 방법과 시민 사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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